[여적]국무회의장의 서울시장
[경향신문]
국무회의 규정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국무회의에는 대통령비서실장, 정책실장 및 서울시장이 배석하도록 돼 있다. 국가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자리에 서울시라는 광역자치단체와 시장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무위원들만 앉아 있다면 원만하게 회의가 진행될 수도 있지만, 야당 소속 서울시장이 끼여 있다면 모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쓴소리가 나오고, 이에 대한 반박이 오가면서 열띤 분위기로 바뀔 수도 있다.
2011년 11월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국무위원들 사이에 처음 배석했다. 10·26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였다. 이후 박 시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무회의에서 야당 소속 시장으로서 여러 차례 쓴소리를 냈다.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서 발언권은 있지만 의결권은 없다. 하지만 발언만으로도 존재감을 깊게 각인시킨다. 2016년 11월 국무회의에서 박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 국무위원들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 위기에 몰린 시기였다. 다른 국무위원이 반박하자 박 시장은 설전을 벌였다. 서울시장이 홀로 여러 국무위원과 맞서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당 소속 시장으로 13일 문재인 정부의 국무회의에 처음 배석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오 시장은 코로나19 방역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국무위원들과 맞섰다. 그렇지 않아도 오 시장의 ‘서울형 거리 두기 매뉴얼’은 방역당국의 기준과 달라 혼선이 예고됐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토론도 마찬가지였다. 팽팽하게 맞선 끝에 문 대통령은 “서울시와 관계 부처가 국무회의 이후에도 충분히 소통해달라”고 말했다. 사뭇 달라진 국무회의 풍경이었다.
비판과 대안 제시가 오가는 건강한 토론은 정책의 혼선이나 오류를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의도를 갖고 정치적으로 발언한다면 진정한 토론이 되기 어렵다. 향후 오 시장이 참석하는 국무회의가 건강한 토론의 장이 돼 정부와 지자체 간 정책 협의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 그 책임의 팔할은 오 시장에게 있다.
윤호우 논설위원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나는 성령의 종 다윗”···‘그루밍 성범죄’ 혐의 목사, 복종 교리 강요
- 이준석 “검찰 인사, 마지막 몸부림···T(탄핵) 익스프레스”
- [종합]“팬들에 돈달라 하겠냐” 길건·홍진경도 분노···끊이질 않는 사칭범죄
- 안철수 “‘채 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 않고 ‘그냥 받겠다’는 게 정정당당한 태도”
- ‘부처님 깜놀하겠네’···내일 천둥·번개·돌풍·싸락우박 온다
- 사측이 “조수빈 앉혀라”…제작진 거부하자 KBS ‘역사저널 그날’도 폐지 위기
- 이원석 검찰총장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사전 조율 여부엔 “말 않겠다”
-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②] 이남순 “여자로서 끝났다” 몸도 마음도 깊숙히 꿰뚫은 그날의 상처
- 늙으면 왜, 다들 손만 잡고 잔다고 생각할까
- “태국 파타야 한인 살인사건 용의자, 캄보디아 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