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가는 '코인베이스'..코스피 갈 수 없는 '두나무'
미국의 가장 큰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오는 14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 직상장한다.
일반적 기업공개(IPO)와 달리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보유중인 주식 1억1490만주만 상장하는 방식이다. 직상장은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생략하는 대신 절차가 간편하고 빠르게 상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도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다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의 선택은 코스피·코스닥이 아니라 미국 나스닥이다.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점,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모호해 거래소 상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미국 금융투자업계는 코인베이스의 기업가치는 1000억달러(100조원)로 평가한다. 가입 고객은 약 43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이 거래하는 가상화폐 수수료가 수익모델이다. 지난해 코인베이스는 매출 13억 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억2200만달러 수익을 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폭발' 했다. 코인베이스가 밝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배 가까이 늘어난 18억달러. 순이익도 지난해 1분기 3190만달러에서 올해 1분기에는 7억3000만달러에서 8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가상화폐를 '가상자산'으로 별도 카테고리화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에서다. 특금법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일반 금융권 수준의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한 거래소만 운영이 가능한 방식이다. 이용자의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위한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은행과 계약을 맺어야 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도 받아야 한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고 법인세도 내지만 '권리보장'은 취약하다는게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 주장이다. 만약 상장신청서를 작성한다 해도 가상화폐 거래소 '업종'을 어떻게 분류받을지 모호하다. 그저 IT업종도 아니고 금융업은 더더욱 아니다.
한국거래소도 마땅한 답을 못찾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아직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뚜렷히 법령정비가 되지 않았다"며 "코인 하나의 가치를 1에서 무한대까지 보는 상황에서 적정 가치를 따지는 일도 사실상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 관계자는 "자금의 흐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사행성 여지가 있다는 점도 가상화폐 거래소의 우리증시 상장이 시기상조라 판단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제도권에 편입 여부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입장을 보류했다.
미국 정부는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 허가 외에도 가상화폐에 우호적이다.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은 작년 7월 미국 은행의 가상 자산 수탁 서비스를 허용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크라켄'이 와이오밍 주 최초로 특수목적예금취급금융기관(SPDI) 자격을 취득하면서 미국 첫 정부 인증 가상 자산 은행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비트코인 매집을 공식화했고 뉴욕멜론은행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가상 자산을 수탁 자산으로 받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금융 당국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승인했다. 현재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펄포즈 ETF(BTCC)’가 캐나다 토론토 증권거래소(TSE)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미국 피델리티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 예비등록 서류를 제출한 상태다.
반면 우리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자금세탁 방지 차원으로만 연구하고 있다. 가상 자산이 기존 금융 시스템에 들어오는 걸 사실상 막고 있는 셈. 금융 당국 지시에 따라 회원의 실명 계좌로 전환한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는 주어진 '의무'를 다 한 만큼 실존하는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와 시장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2018년 법무부에서 가상화폐가 합법도 불법도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뒤 금융권의 적극적 검토는 사실상 멈췄다"며 "팽창하는 가상화폐 거래시장에 대한 건전한 투자환경과 제도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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