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불가리스, 코로나 면역에 효과 있다고? 사실은 "예방률과 무관"

윤희훈 기자 2021. 4. 1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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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 코로나 면역 효과 발표에 마트선 품절, 주가 급등 남양연구소장 “바이러스 침임·발현 억제 기능 있지만 몇 %라고 밝히긴 어려워”심포지엄 나선 교수도 “예방률 관계는 성립하지 않아”질병청 “예방 효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 필요…실제 효과 예상 어렵다”

남양유업(003920)이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13일 주장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면서 "발효유 완제품이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과 한국의과학연구원은 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열어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매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수백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불가리스의 코로나 면역 효과 발표가 나오자 시장은 발빠르게 반응했다. 마트에선 소비자들이 불가리스나 다른 발효유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일부 오픈마켓에선 품절되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선 남양유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남양유업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8.57% 상승한 3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간외 거래에서는 10% 더 오른 41만8000원까지 주가가 뛰었다.

◇ 코로나 저감 효과 주장한 남양…업계 "원래 유산균은 젖산 분비해 바이러스 활동 어려워"

박종수 소장의 발표는 불가리스를 마시면 독감을 99.999% 예방하고, 코로나19도 안마시는 사람보다 77.8% 덜 걸린다는 식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의미가 아니다. 남양유업 측이 이번에 연구 조사에 사용한 연구 기법은 'ASTM E1052-11' 방식으로, 미국의 바이러스 성능평가 테스트 표준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의료기기나 손세정제와 같은 소독제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실험은 실험군과 대조군 내 잔존 바이러스의 양을 비교해 해당 제품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남양유업은 실험을 2가지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국의과학연구원에서는 인플루엔자A에 감염된 개의 신장세포(MDCK Cell)를, 충남대 수의과 공중보건학연구실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원숭이 폐세포(Vero Cell)를 이용했다. 실험은 실험군에 불가리스 제품을 넣은 뒤, 바이러스의 감소율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불가리스를 넣은 실험군에선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는 99.999% 감소했고, 코로나19는 바이러스 양이 77.78%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는 게 연구기관의 주장이다.

문제는 유산균은 원래 젖산을 분비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는 점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실험 설정을 봐야겠지만, 발표한 내용으로만 봤을 때는 유산균이 많은 환경에서는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의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

◇ 예방율 수치는 없어…질병청 "사람 대상 연구 없어 실제 예방 효과 확인 불가"

그렇다면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는 얼마나 될까. 기자의 질문에 박 소장은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예방도 되고, 코로나 감염을 늦출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몇 %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바이러스 침입과 발현을 억제하는 기능은 분명히 있다."

의학계 전문가로 심포지엄에 참석한 백순영 전 가톨릭의대 미생물학 바이러스학 교수의 답변도 비슷했다. 백 교수는 "불가리스 실험은 인체나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게 아니다. 세포 단위에서 유산균이 존재하면 감염 억제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기 때문에 예방률과의 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가리스는 약이 아니라 식품으로서 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동물실험에서 불가리스를 투여(섭취)해도 예방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볼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질병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면서 "해당 연구원이 제시한 결과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수 많은 발효유 제품 중 불가리스의 실험 결과만 발표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타사와의 협의가 문제라면 사명과 제품명은 비공개로 실험 결과를 발표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선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의과학연구원이 불가리스의 공동 연구 기관이라는 이유로 설명이 된다.

이날 발표한 실험 결과를 토대로 남양유업이 불가리스를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박희라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실 연구관은 “식품에 대해 질병을 치료한다거나 예방한다고 쓸 순 없다”면서 “남양식품이 이날 발표한 내용에 대해선 해당 사업부서에서 들여다보고 질병예방·치료효능 표방 여부가 없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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