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지나도 트라우마 지속" 세월호 생존자들 국가배상 소송 제기

임연희 2021. 4. 1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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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과 달리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이 자리에 섰어요. 혹여 색안경 낀 눈으로 보지 마시고 이분들이 겪는 고통, 이분들의 가족이 겪는 고통을 공감해 주세요."

제주 세월호 생존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모임은 오늘(13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배상 소송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정부가 법을 만들어 '일괄 배보상'을 추진하던 2015년 당시 생존자의 정신적 외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채 '졸속 배상금'을 책정했다는 겁니다.

■"가족과도 헤어지고 혼자 여기저기 전전" 세월호 참사 의인의 호소

윤길옥 씨.


이번 국가 배상소송에 참여하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는 '파란 바지의 의인'으로 불리는 김동수 씨와 다리에 화상을 입은 순간에도 학생을 구한 윤길옥 씨 등 15명. 제주에서 사는 20여 명의 생존자 가운데 절반 넘게 소송에 함께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윤길옥 씨는 "트라우마로 인해 아직 계속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하루하루를 진짜 고통속에서 보내고 있다."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사고 이후 화상 치료로 병원 생활을 오래 한 윤 씨는 "이제는 밝은 곳에선 잠을 잘 수 없고, 수면제를 먹고 나서 수 시간 지나야 잠이 든다"고 호소했습니다. 사고 후 트라우마로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면서 가족과도 따로 살게 됐고, 운전 기사 직업도 접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고 있다고 윤 씨는 말했습니다.

김동수 씨 아내 김형숙 씨


참사 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의인은 또 있습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소방호스를 몸에 묶고 학생들을 구조해 낸 '파란 바지의 의인' 김동수 씨는 최근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약을 다량 복용해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김동수 씨는 현재 위중한 상태는 아니지만, 본인도 가족도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입원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기자회견에 대신 참석한 김 씨의 아내 김형숙 씨는 이번 소송을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김형숙 씨는 "저희가 요구하는 게 누군가는 오해할 수 있지만
전 남편이 예전의 김동수로 돌아오고 여기 계신 생존자분들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소송이 필요 없다.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어 아내 김 씨는 "생존자분들은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며 "오늘 여기 나오고 싶어도 못 오신 분들이 많았다. 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지 않겠느냐."며 세월호 생존자가 위축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꼬집었습니다.

■생존자 측 "졸속 후유장애진단서로 배상금 책정돼"

최정규 변호사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이 배상을 받기 위해 제출했던 서류는 '후유장애진단서'입니다.

세월호 생존자의 법률대리인 최정규 변호사는 정부가 2015년 후유장애진단서 제출과 생존자에게 동의서 서명을 요구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5년 당시 생존자들 대부분 치료를 마치지 않았고, 상당 수준의 정신과적 증상이 지속되던 상황이라, 정확한 치료경과와 예후를 판단하기 어려운 시기였다는 겁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최정규 변호사는 "두부, 뇌 등의 장해평가는 외상 후 최소 2년 이상 지난 뒤 판정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최 변호사는 "당시 의사도 진단서 발급을 꺼렸고 이후 '추후 재평가를 통해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임. 외상 후 최소 2년 이상 지난 후에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나 현시점은 외상 후 1년 2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적절하지 못함을 고려해야 할 것임'이라는 문구를 기재했다"고 했습니다.

해당 진단서를 근거로 한 배상금은 당시 소득의 절반도 훨씬 못 미치는 정도로 책정됐지만, 정부가 생존자에게 지급 결정 동의서를 서명을 요구해 재평가 가능성을 차단당했다고 생존자 측은 주장했습니다.

이어 기자회견 주최 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소한의 장애평가를 위해 걸리는 기간이 지나기 전에 절차를 진행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한 것은 헌법을 위반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임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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