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없는 첨단산업 패권다툼 .. 美·中 신냉전 격화

박정일 2021. 4. 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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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위)과 중국(아래)의 상대국 대상 통상 제재 동향. <한국무역협회 제공>
<한국무역협회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반도체·배터리' 굴기(몸을 일으킴)에 맞서 정면 승부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하면서 양국 간 갈등은 한층 더 노골적인 극한대치 양상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첨단산업 패권 다툼에서 어느 한 쪽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 만큼 이 같은 상황이 '신 냉전'처럼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트럼프 정부때와 마찬가지로 '국가안보'를 명분 삼아 반도체를 중심으로 노골적인 대중 통상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정부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용 배터리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도 핵심 '인프라'로 지목했다는 점이 차이점으로 꼽힌다.

최근 반도체 공급부족이 자동차 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국내외 관련 업체들의 자국 투자로 유인해 벨류체인 강화와 함께 대중국 압박 공동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등 국내외 주요 업체 대표들과 가진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직접적으로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고,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행정부가 자국 산업 육성과 대중국 압박을 한층 노골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키우려는 중국정부의 강력한 정책에 대해 여러차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여야 상·하원 의원 65명에게 반도체 지원을 주문하는 서한을 받았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는 서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었던 미·중 고위급 회담이 갈등만 보여준 채 끝났고, 이후 양국 간 난타전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중국의 슈퍼컴퓨터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반하는 활동에 쓰인다는 이유로 중국 관련 운영기관과 기업 등 총 7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국가안보 개념을 확대하며 중국 첨단 기술기업을 짓누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밖에도 미 의회는 중국의 글로벌 위상 증대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전략적 대책을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국 견제 법안을 내놓았고, 중국은 또 한번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맞서 '외국법률·조치가 중국 영토 내에 부당하게 적용될 경우 보복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중국 내 미국기업에 대한 역공을 준비하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국 간의 난타전이 점화와 소강을 반복하며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이번 반도체 화상회의를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했다는 것은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미·중국 간 패권 다툼의 가장 중요한 고비인 만큼, 어느 한 쪽이 백기투항하지 않는 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양국 모두 몇년 전부터 지속했던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수출 제조업체들은 현지화 전략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이는 최근 국내 제조업체들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어,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최근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미국에는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배터리 제조사들이 많은 중국에는 분리막 증설라인을 본격 가동하며 현지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요 제조업체들의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이 이어지면서 국내 제조업 일자리는 앞으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미국과 중국 등과 비교해 훨씬 작을 뿐 아니라, 인건비와 정부 지원 등 제조 경쟁력 면에서 이제는 미국에게도 밀릴 지경"이라며 "지금 있는 제조시설조차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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