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그들만의 천국'이 무너졌다.

박양수 2021. 4. 1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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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수석논설위원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연일 '반성 모드'다. 성난 민심에 화들짝 놀라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며 자청하고 머리를 조아린다. 180석 거대 여당의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조국 추미애 고민정 등 페이스북 단골 인사들의 이름이 며칠째 눈에 띄지 않는다. 일반 국민이 가재·붕어·개구리(가붕개)가 아니라, 화를 내면 무섭게 변하는 주인이란 사실을 문득 깨우친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로남불의 수렁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오겠다"고 말했다.

여당 내 반성 분위기가 얼마나 갈지는 모를 일이다. 대놓고 독선과 오기를 부리던 그들이 뒤늦게 민심을 파악하겠다고 부산 떠는 꼴이 보기에도 썩 좋은 그림은 아니다. 내년 3월 대선에서 가해질 더 큰 회초리를 피할 방도를 찾으려는 뻔한 속셈이라는 건 국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국민 감정을 굳이 표현하자면 딱 하나다. 민망함이다. '조국 수호'에 앞장섰던 이들이 선거 참패 이유로 '조국 탓'이란 분석을 내놓는 건 듣기 민망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기 위해 여당 의원들이 쏟아내던 궤변과 내로남불, 반(反) 이성적 집단주의를 기억한다. 그들을 보는 국민들이 오히려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다 국회의원 배지를 꿰찬 윤미향, 그를 '조폭의 의리'로 감싸고 변호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보며, 그런 정치인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는 한 없이 창피했다. 고위 공직자 부정부패를 단죄한다는 명분 아래 만든 공수처의 수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황제 수사'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되는 현실에 부끄러움과 참담함은 우리 몫이었다.

문 정부 4년간 대한민국은 둘로 갈라졌다. 땅 위의 세상과 천상에 사는 사람들의 세상이다. 두 개의 세상에는 서로 넘나들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 법의 잣대도 서로 다르게 적용된다. 땅 위의 가붕개들은 목숨도 하품(下品) 취급을 당한다. 지난해 9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공무원은 진실은 묻힌 채 '집 나간 자식' 취급 당했다.

천상의 사람들은 죄를 지어도 '우리편'이기에 안전한 법망 속에서 보호 받는다. 대법원, 검찰, 경찰, 선거관리위원회 같은 권력기구들은 이들 '천상 종족'들을 비호하는 데 더 열심인 것처럼 보인다. 조국 윤미향 추미애 이재명 등이 땅 위의 사람들과 다른 종족들이다. 이들에 대한 비판은 자기 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 기부금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 당한 윤미향 의원은 이 정부 임기 중에 재판을 받고 금배지를 떼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사건조차 그들은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본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 박범계 법무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해 재조사토록 한 것은 친문(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 세력들이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였을까.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해괴하고 망측한 세상이다.

대다수 국민은 문재인 정권이 내세운 공정·정의·평등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 알고보면 그 말들이 자신들의 내로남불과 불법, 불평등, 불공정을 덮기 위한 위선과 거짓의 표현이란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대신 민중 선전·선동전략의 '파괴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논문 '역사의 종언'에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에 완승을 거뒀다는 의미로 "역사는 끝났다"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작금의 동아시아 상황을 놓고 보면 그의 진단은 틀렸다. 중국은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은 전체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우리의 가장 큰 위협 세력이다.

문제는 내년에 치러질 대선이다. 내년 선거 한방에 '그들만의 천국'이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 만약 진보 정권이 수명 연장에 성공할 경우 그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숙명'이라고 언급했던 언론개혁에 이어 개헌의 수순을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이번 보궐선거 대참패 원인으로 '언론 탓'을 한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이해찬의 '20년 진보 집권론'이 현실화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는 내년 대선이 분기점이 될 것이다.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의 운명이 내년 대선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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