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훈수에 국민의힘 '출렁'..자강 vs 통합 갑론을박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발언의 후폭풍이 오늘(13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통합이 아니라 자강을 우선해야 한다는 훈수를 두고 당내 의견이 갈린 건데요. 이 와중에 국민의당과 합당을 둘러싼 줄다리기도 계속 격화되고 있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야권 소식을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기자]
[동요 '퐁당퐁당' :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널리 널리 퍼져라]
어렸을 때 많이 들어보셨을 동요죠. '퐁당퐁당'이란 가사의 어감도 좋지만요. 뭔가 명랑하고 밝은 느낌을 주는 멜로디인데요. 갑자기 또 웬 동요 타령이냐, 야권이란 냇물에 돌을 던진 사람 얘기를 좀 꺼내 보려고 합니다. 방금 류 반장 발제에서도 오세훈 시장이 돌 던지는 모습이 잠시 등장했는데요. 오 시장은 얘기는 아닙니다. 이분은 퐁당퐁당도, 누나 몰래 던진 것도 아닙니다. 그냥 보란 듯이 무지막지한 짱돌을 철벅 철벅 던졌다고 해야 할까요.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 얘기입니다. 김 전 위원장이 야권에 무심코 던진 돌, 파문이 쓰나미급입니다.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음성대역 / 지난 11일, 연합뉴스 인터뷰) : 실체가 없는데 무슨 놈의 야권인가. 국민의힘은 바깥을 기웃거리지 말고 내부를 단속해서 자생력을 갖는 정당이 돼야 한다. 이번에 승리했으면, 그걸 바탕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 스스로 노력할 생각을 해야지, 지금부터 무슨 대통합 타령인가.]
국민의당과 합당을 논하기 전에 자강부터 하라는 훈수죠. 당을 혁신해 스스로 강해지는 게 먼저라는 겁니다. 이 말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자강론'과 '포용론'이 맞붙은 건데요. 먼저 자강론은 국민의힘 단독으로 전당대회를 열고 합당은 나중 문제라는 의견입니다. 나경원 전 의원이 대표적인데요. 나 전 의원은 어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늘 밖에 인물이 있으면 그 인물을 좇아 우르르 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지금은 당이 자강하고 쇄신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하기 때문에 먼저 전대를 하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포용론자들은 통합 전당대회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뿐만 아니라 야권의 모든 인물을 모아 '범야권 원샷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에 있을 때부터 늘 각을 세웠던 사람이죠. 이재오 상임고문은 포용론에 힘을 실고 있습니다. "단독으로 전대를 한다든지, 자강해서 단독으로 대선 후보를 낸다든지 하는 오만방자한 말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비슷한 기조입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지난 8일) : 이번 선거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고, 민주주의와 법치를 지키는데 뜻을 같이 하는 범야권이 모두 합쳐야 비로소 정권교체를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안 대표는 합당 전에 "지난 100일을 돌아보고 내부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우선"이라고 말했었죠.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합당은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혁신을 전제한 합당→야권 대통합→정권 교체' 수순을 거듭 강변하고 있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내년 대선 때 야권의 혁신적인 대통합과 그리고 또 정권교체 그것의 목표는 저는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뭐 시기와 방법의 문제가 남아 있는데요. 큰 목적에 동의를 한다면 그건 여러 가지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저는 무리 없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의 속셈이 뻔하다는 생각이죠. 안 대표를 향해 이런 말도 했는데요.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음성대역 / 지난 11일, 연합뉴스 인터뷰) : 안철수는 지금 국민의힘과 합당해서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이 딱 보이는 것 아닌가.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된다.]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가 오세훈 시장의 승리가 야권의 승리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건방지다는 평가도 내놨었죠. 국민의힘은 김 전 위원장의 이 발언을 두고도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反)김종인파'와 초선 의원들이 주축이 된 '친(親)김종인파'가 맞붙은 건데요. 반김종인파에는 4선의 홍문표 의원이 버티고 있습니다. 홍 의원은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 중 한 명이지요. 홍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독선, 오만과 김종인 전 위원장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김 전 위원장을 비판했는데요. 3선의 장제원 의원과 조해진 의원도 힘을 보탰습니다. 장 의원은 "태상왕이라도 된 거냐. 무슨 미련이 남아 그토록 독설을 퍼붓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는데요. 조 의원도 재·보선 승리는 '범야권의 승리'라고 못 박았습니다. 안 대표 등 중도세력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는 점도 인정했고요.
친김종인파는 다른 생각입니다. 국민의힘을 압승으로 이끈 김 전 위원장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는 비대위원이나 수도권 초선 의원들이 대다수인데요.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김 전 위원장이 선거 과정에서 중심을 잘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당 안팎에서 방해와 외압이 들어왔지만, 현명하게 당을 이끌었다는 판단인 거죠. 비대위원인 성일종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을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성일종/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셨으니까 그런 의견 내시는 걸 뭐라 하겠습니까. 제가 그렇지 않아도 안 대표에 대해서 후한 점수를 안 주셔서 제가 개인적으로 한번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안 대표를) 십 수 차례 만나셨다고 그러시거든요. 제가 볼 때는 안 대표 고정관념이실 수도 있는데 지도자로서의 준비가 부족하다, 라고 느끼고 계신다는 느낌을 제가 받았어요.]
국민의힘은 어찌 보면 대내외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김종인이 던진 돌 때문에 당 내부도 시끄럽지만요. 김 전 위원장이 뭐라고 했든 일단 국민의당과 합당을 둘러싼 줄다리기도 계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안철수 대표에게 다시 한번 독촉장을 날렸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 저희들은 금요일 의총이 예정되어 있고 금요일 의총에서 합당 문제에 관한 의원님들의 뜻이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국민의당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가급적 빠르게 알려 달라 이렇게 말씀을 드렸고 국민의당의 시간 계획표를 확인하고 난 다음에 우리당 의총에서 어느 뜻이 확인되면 거기에 따라서 (합당 여부를)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국민의힘은 16일까지 합당 관련 입장을 정리할 테니 안 대표도 서둘러 답을 달라는 주문이죠. 원래는 내일까지 답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음 주까지 조금 더 말미를 줬다고 하는데요.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오늘 아침에 주호영 원내대표께서 저한테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내일까지 답을 달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본인들도 지금 여러 가지로 논의 과정을 진행을 하겠으니까 다음 주 정도 그때까지 어느 정도 방향을 결정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그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한 번 더 독촉장을 보내긴 했지만 주 권한대행이 한 발은 양보한 느낌이긴 한데요. 국민의힘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구성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애초 전준위 발족을 이달 15일쯤으로 계획했지만 국민의당이 제시한 스케줄에 따라 일정을 바꿀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당내 최다선 가운데 한 사람이죠. 유력한 당권 주자이기도 한데요. 정진석 의원입니다. "통합 논의를 칼로 두부모 베듯이 협량하게 해서야 되겠나"라는 의견을 냈죠. 안 대표를 너무 압박하지 말고 속도 조절을 하란 뜻인데요. 주 권한대행이 정 의원의 조언을 염두에 둔 것도 같습니다. 합당 이야기는 들어가서 좀 더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발제 정리합니다. < 김종인이 던진 돌에 갈라진 국민의힘…합당 논의는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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