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노조, 파업권 쥐었지만..사법판단 남아 실제 쟁의행위는 아직 어려워

김진아 2021. 4. 1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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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노동위, 카카오 측과 노동쟁의 조정 종료
카카오, 행정소송 진행..사법 판단 남아 갈등
사법-행정 불일치로 사각지대..제도 보완 필요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25일 카카오모빌리티 성실교섭 촉구와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요구 노동사회시민단체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1.25.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대리운전노조)과 카카오모빌리티 간 노동쟁의 조정 신청 사건이 종료되면서 대리운전노조는 파업권 등 단체행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사측이 대리운전 기사들의 근로자성 판단을 법원에 요청하면서 법리적 해석이 남은 만큼 실제 쟁의행위에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조정위원회에서는 대리운전노조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상대로 제기한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건에 대해 `조정 종료`를 결정했다. 조정 종료는 노조가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조정 전치주의상 절차다.

이번 결정은 국내에서 플랫폼노동자로 구성된 노조가 쟁의 요건을 확보한 첫 사례란 점에 의미가 크다. 그러나 실제 대리운전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를 통해 노동권을 행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앞서 대리운전노조는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 필증을 발급받아 법 내 노조가 된 후 지난해 8월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모빌리티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리운전 기사들이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 T` 외 여러 업체로부터 업무 호출을 받아 수행할 수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대리운전 기사들이 근로자로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를 두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때문에 사실상 노조 활동은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측은 법적 판단이 남았다는 부분에서 노조활동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할 확률이 높다. 노조가 배차 거부 등 업무상 위력을 행사하더라도 사측으로선 이를 업무방해로 보고 다툴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이처럼 노조법상 노조로 인정받고도 실제 노동권 행사는 사법부 판단에 맡겨지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법률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노조법과 사법체계의 구조상 불일치가 합법적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는 만큼 제도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고용부가 노조로 인정해 필증을 내줬지만 기업이 여전히 사법부에 가겠다고 하면 노동권이 무력화되는 행정적 미비가 있다"며 "사법부 구조에 의지해 시간을 끌 수 있는 사각지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가 국가기관으로부터 판단을 거쳐 필증을 받았다면 이를 뒤집지 않을 경우 사용자 역시 노조를 존중하고 따라야 할 법규가 없어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교수)은 "현재 노조 설립 신고제는 3일 내 설립을 반려할지 신고증을 내줄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노조 구성원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인지를 심도 있게 유권 해석할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노조설립 후 단체교섭이나 단체행동 등 사용자를 필요로 하는 지점에선 공이 사용자에게 넘어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위원회의 구성 등에 공정성이 담보된다는 전제하에 객관적인 기준을 토대로 노조의 근로자성을 인증할 수 있는 신속 절차 도입 등의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문제가 택배 기사, 대리운전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게서 불거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교섭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 설립으로 단결권은 보장받았지만 사용자가 필요한 교섭권과 행동권에 대해 인정되느냐는 문제에 직면한 것"이라며 "노동 3권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부분이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교섭과 행동이란 과점에서 단결권을 보장하기엔 각각의 고유한 기능적 의미가 있지 않으냐는 의미"라고 했다.

권 교수는 이어 "학계에선 플랫폼 노동 분야에서 이 같은 상황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교섭 메커니즘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이 분명히 확대 추세인 만큼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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