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밖에 안되는 퇴직연금 수익률, 그대로 두시겠습니까?

안지혜 기자 2021. 4. 1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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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장인들이 노후자금으로 가장 의지하는 것이 바로 퇴직연금입니다. 

꾸준히 적립은 하지만 쥐꼬리 수익률때문에 불만이 높은 분들 많으신데요.

이런 낮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추진중이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안지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가입자가 직접 굴리는 DC형 퇴직연금이 어디에 들어있는지 살펴봤습니다.

80% 이상이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입니다.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안 할 경우 자동으로 원리금 보장형에 재예치되기 때문인데, 지난 10년간 은행 정기예금 금리 추이를 보면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2%대를 못 벗어나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이른바 디폴트 옵션 도입을 위한 법안은  21대 국회에도 이미 올라왔습니다.

가입자 사정상 운용지시를 내리지 못한 경우, 지금처럼 원리금 보장형이 아니라 펀드와 같이 사전에 약속한 실적배당형 상품에  자동으로 투자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원금 손실 우려에 대한 오해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입니다.

[남재우 /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 실장 : 기본적으로 퇴직연금은 적절한 수준의 위험을 가진 위험 상품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정설입니다. 위험 상품이라는 건 단기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죠. (그런데) 평가손실은 어느 한 해 손실이 나면 그 다음 해는 더 크게 반등할 수도 있고 장기의 관점에서 보면 얼마든지 만회가 되는(손실입니다.)]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가입자의 경우 위험 자산 비중을 최소화하는 등 대안 마련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입니다.

[앵커] 

퇴직연금 수익률이 너무 낮다, 높여야 한다, 매해 나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왜 실제 개선은 어려운지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사실 사전지정운용제도, 디폴트옵션을 추진한다는 얘기는 벌써 꽤 오래됐어요?

[기자]

맞습니다. 

19대, 20대 국회 때도 법안은 발의됐지만 다른 법안들에 밀려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특히 2019년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본시장특별위원회까지 꾸려 디폴트 옵션,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방안을 밀어붙였는데 결과적으론 잘 안 됐습니다. 

[앵커]

해외의 경우 어떻게 운용하고 있습니까?

[기자]

영국, 미국, 호주, 일본 등 국가들이  디폴트 옵션을 이미 시행 중입니다. 

가장 후발주자인 일본은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넣었는데 여기에 70% 넘게 몰리는 바람에  수익률 제고엔 큰 의미가 없어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호주 등 국가는 연간 7~10%대 수익률로 퇴직연금 선진국으로 꼽힙니다.

[앵커]

아무래도 위험자산을 포함해 여러 선택지에 골고루 투자를 하기 때문에 그렇겠죠?

[기자]

네, 보통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형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단기간 거쳐 가는 투자처에 불과했는데요.

호주 퇴직연금의 창시자로 불리는 게리 위븐 IFM 인베스터스 창업자를 화상으로 직접 만나서 수익률의 비결을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게리 위븐 / IFM 인베스터스 설립자 : 호주의 경우에는 밸런스드 펀드를 디폴트옵션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펀드는 주식에서 부동산, 채권, 인프라까지 다양한 자산에 배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변동성은 줄이면서도 운용수익률은 높이는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IFM 인베스터스는 호주 퇴직연금 기금들이 설립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세계 3대 인프라 자산운용사로 꼽힙니다.

[앵커]

호주의 경우 또 기금형으로 운영하는 것도 주효한 거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호주는 우리나라처럼 개별 기업이 각자 금융회사와 계약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게 아니라 외부 수탁법인을 따로 정해 기금 운용을 맡기는 방식인데요. 

같은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함께 기금을 모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운용수수료를 낮추고, 수탁법인은 성과가 좋은 자산운용사를 골라 운용계약을 맺어야하는 책임이 있다 보니 수익률도 높은 편입니다.

[게리 위븐 / IFM 인베스터스 설립자 : 호주를 포함해 국가들에 가장 중요한 건 개별 기업에만 의존하는 퇴직연금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기업수명이 굉장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잦은 부침에 망하는 기업도 등장하기 때문에….]

결국 수익률 제고는 물론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기금형 도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안지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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