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축제로 유명한 전통설 띤잔인데..양곤시청 광장엔 군경 트럭만

이정호 2021. 4. 1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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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가 13일 전통 설인 띤잔을 맞았지만, 예년 같은 물 축제도 떠들썩한 분위기도 없었다.

미얀마 최대 축제이자 전통 설인 띤잔(Thingyan)은 물 축제로 유명하다.

물축제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해마다 띤잔 연휴 시작일 오전 7시 30분에 양곤 시청 앞 광장에서 만 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성대하게 열렸었다.

군사정권은 쿠데타 이후 대학살로 흉흉해진 민심을 가리기 위해 미얀마 전역에서 띤잔 물축제를 진행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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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축제일 불구 시민들 "700여명 숨졌다, 올핸 띤잔 즐길 수 없어"
꽃 담은 전통 화분에 저항 '세 손가락 경례', 반군부·승리 메시지
양곤시청 앞 광장 바리케이드 너머로 주차된 군경 트럭들. 2021.4.13 [EPA=연합뉴스]

(방콕 양곤<미얀마>=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가 13일 전통 설인 띤잔을 맞았지만, 예년 같은 물 축제도 떠들썩한 분위기도 없었다.

대신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 이후 군경의 총격에 숨진 700명이 넘는 시민들을 추모하며 저항 의지를 다졌다.

미얀마 최대 축제이자 전통 설인 띤잔(Thingyan)은 물 축제로 유명하다.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새해의 건강과 소원 성취를 기원한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이 축제는 올해는 쿠데타 때문에 실종됐다.

양곤 시청 앞이 대표적이다. 2년 전만 해도 시청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2019년 띤쟌 물 축제 시작 행사가 열린 양곤 시청 앞 광장. 2019.4.13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물축제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해마다 띤잔 연휴 시작일 오전 7시 30분에 양곤 시청 앞 광장에서 만 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성대하게 열렸었다.

띤잔 물축제 시작일의 양곤시청 앞 광장.바리케이 너머 군경 트럭만 가득.2021.4.13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그러나 물 축제를 위한 각종 무대와 천막이 들어서던 그 자리에는 올해에는 군경 트럭이 자리를 잡고 있다.

광장 주변을 죽 둘러쳐져 있는 바리케이드만이 을씨년스러움을 자아냈다.

미얀마 시민들도 예년과 다른 띤잔을 선택했다.

군사정권은 쿠데타 이후 대학살로 흉흉해진 민심을 가리기 위해 미얀마 전역에서 띤잔 물축제를 진행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민들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

반군부 활동가들도 SNS를 통해 군정에 의해 불순한 의도로 기획된 띤잔 물 축제엔 참여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미얀마 국민들이 이날부터 '혁명의 띤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다웨이에서 띤잔 축제 꽃이 든 화분을 들고 세손가락 경례를 하며 행진하는 여성들 [다웨이 워치/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남부 다웨이와 사가잉 지역 등에서는 여성들이 띤잔 축제 꽃이 담긴 전통 화분에 반군부 메시지를 적은 채 거리를 행진했다.

지난주 군경 폭력에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사가잉 지역 깔레이에서도 시민들이 서로에게 물을 뿌리는 대신 다시 거리로 나와 행진했다.

새해맞이 의미로 마을 입구에 내놓은 화분에는 "(너희들은) 결코 (우리를) 지배할 수 없다" 등과 같이 군부에 반대하고 승리를 다짐하는 문구들이 다수 적혔다고 매체는 전했다.

띤잔 축제 꽃과 함께 '세손가락 경례' 표지가 꽂힌 전통 화분. [미얀마 나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일부 시민은 영화 '헝거 게임'에서 비롯돼 태국의 민주화 운동을 거쳐 미얀마의 반군부 운동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세 손가락 경례' 표지를 화분에 꽂아놓기도 했다.

시민들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우리는 올해 띤잔을 즐길 수 없다. 700명이 넘는 무고한 용감한 영혼이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도 "올해는 띤잔을 즐길 수 없다. 민주주의를 얻게 되면 다시 한번 새해를 축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총격 등 군경 폭력에 의한 사망자 숫자는 확인된 것만 710명이며, 이 중에는 아동 50명이 포함됐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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