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만난 삼성전자..'R&D 확대에 수혜 가능성'
삼성전자 작년 R&D 투자 21조원 달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완성차·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화상회의 방식으로 만난 자리에서 '연구·개발'(R&D)을 거듭 강조했다. 채찍이 아니라 당근에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번 회의는 바이든 정부가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빌미로 관련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 등을 압박하는 한편, 이를 통해 중국을 상대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담긴 자리로 평가됐다. 기업 입장에선 투자 확대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국제정세에 얽히는 리스크도 안을 수 있다. 그러나 R&D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과 R&D 지원에 대한 예산 보따리만 500억달러(약 56조원)를 계획하고 있어서다.
◇ 역시나 "미국 내 투자 확대 주문"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주재로 열린 '반도체 및 공급망 회복을 위한 CEO 회의' 모두발언에 나서 반도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네덜란드 NXP, 인텔, 글로벌 파운드리 등 반도체 관련 기업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 외에도 AT&T, 구글 알파벳, HP, 델 등 19개 ICT 분야 기업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발언 도입부에서 자신이 참석한 이유에 대해 "업계 CEO들과 미국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중국 공산당도 반도체 공급망을 지배하려는 공격적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그는 특히 "우리는 20세기 중반부터 세계를 이끌었다. 우리는 21세기도 다시 이끌 것"이라며 "우리의 경쟁력은 여러분들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기업을 상대로 부탁하는 어조였지만, 미국이 세계를 이끈다는 표현을 보면 외국 기업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중국도 중요 시장인 삼성전자 등에게도 역시 부담스러운 주문일 수 있다.
◇ 당근은 'R&D 지원'
하지만 이른바 '당근'에 대한 귀띔도 있었다. R&D에 대한 언급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일자리 계획'(The American Jobs Plan)은 미국 제조업과 공급망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또한 그 계획은 일자리 창출로 미국을 재건하고 공급망을 보호하며 제조업을 살려 미국의 연구·개발이 위대한 엔진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5분가량 진행한 발언에서 R&D를 세번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R&D 관련 설명이 삼성전자에 당근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지원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지난달 말 발표한 미국 일자리 계획의 총 예산은 8년간 2조2000억달러(약 2500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반도체 생산과 R&D에 책정한 예산만 500억달러(약 56조원)에 이른다. 반도체만 특정하지 않고 전 분야의 R&D 항목에 책정된 예산은 1800억달러나 된다. 이는 한국 돈으로 200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의 작년 R&D 투자금액은 21조2292억원에 달한다. 작년 매출액의 9% 비중이다. 이는 2018년 18조3541억원(7.7%)에서 꾸준히 확대한 결과다. 물론 이 금액이 모두 반도체 분야에 투자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 조원대 투자 부담을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덜어낼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단기, 중장기, 미래 등 3개로 나눠 R&D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이스라엘, 러시아, 일본 등에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이번 회의 참석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미국 정부와 교감한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 모색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다만 이번 회의와 관련 백악관 차원의 구체적인 회의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는 "어떤 결정이나 발표가 나오는 회의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전해 들은 바 없다"고 입을 닫았다. 이날 회의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삼성은 이에 대해서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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