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총격 사고, '결국' 백인의 반격.. 함께 도지는 미국 고질병

권경성 2021. 4.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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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 3개월여 동안 총기 관련 사건ㆍ사고로 숨진 미국인이 1만2,000명에 육박한다는 게 '총기 폭력 아카이브'의 집계다.

총기 난사가 총기 보유를 부추기는 역설적 상황은 총이 나를 지켜준다는 미국적 신념의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신변 안전에 관심이 많아진 미국인의 총기 구매가 늘었고, 코로나 기원으로 중국이 지목되는 바람에 아시아계 혐오가 덩달아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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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주 고교서 다시.. 올 사망자 1만명 넘어
"백인도 소중" 인종차별 반대에 맞선 인종주의
'총=자유' 인식·'역차별' 피해 의식이 발목 잡아
12일 총격이 발생한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의 오스틴 이스트 특수공립고등학교에 경찰이 와 있다. 녹스빌=AP 뉴시스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늘 있어 왔지만 올 들어 유난한 모습이다. 인종주의도 끈질기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해악이 부각되는 분위기지만 근절하기에는 워낙 뿌리가 깊다. 미국 사회 고질병이 함께 도지는 형국이다.

요즘 미국은 연일 도처에 총격이다. 12일(현지시간)에는 테네시주(州) 녹스빌의 오스틴-이스트 특수공립고등학교에서 총소리가 울렸다. 이 사건으로 1명이 죽고 경찰관 1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사회적 관심은 아시아계 6명 등 총 8명이 숨진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처럼 증오 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쏠리고 있지만, 유형이 그것만은 아니다. 텍사스주 휴스턴 아파트에서 생후 8개월 아기가 세 살배기 형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지난 9일의 비극은 총기 방치가 부른 안전 사고다. 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가 저지른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록힐 사건(5명 사망)은 정황상 원한(怨恨) 범죄다. 올 들어 3개월여 동안 총기 관련 사건ㆍ사고로 숨진 미국인이 1만2,000명에 육박한다는 게 ‘총기 폭력 아카이브’의 집계다.

예견됐던 백인 인종주의자들의 반격도 조만간 본격 개시될 조짐이다. 11일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에서 열린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 집회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주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집회에는 ‘프라우드 보이스’, ‘큐 클럭스 클랜’(KKK), 네오나치 등 극우 단체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참석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인종주의 집회에 항의하는 아시아계 남성을 폭행했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지지하는 단체와 충돌했다.

물론 민주당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개혁 의지는 계기마다 등장하는 “유행병”(총격), “추악한 독”(인종주의) 같은 비난 수사(修辭)에 잘 드러난다. 의회를 향한 입법 촉구와 대통령 직권으로 가능한 행정명령이 이어지는 걸 보면 ‘립서비스’로 치부할 수도 없다.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에서 열린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 집회 참가자 일부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헌팅턴비치=AFP 연합뉴스

그러나 실현은 쉽지 않다. 총이나 인종주의가 착근해 있는 곳이 미국인의 머릿속이어서다. 일단 총은 건국 때부터 미국인의 권리이자 자유로 인식돼 왔다. 총기 보유권이 수정헌법 2조에 명시됐을 정도다. 총기 난사가 총기 보유를 부추기는 역설적 상황은 총이 나를 지켜준다는 미국적 신념의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인종주의의 경우 사정이 더 복잡하다. 표면적으로는 ‘인종차별 반대’의 지지 세력이 더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미 NBC방송은 “여러 도시에서 열리려던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 집회가 대부분 무산된 건 극단주의자들의 운동이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인종주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저변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게 정치학계 중론이다. 1월 미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가담자의 87%가 소속 단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최근 미 시카고대 국제안보연구소의 조사도 근거 중 하나다. 프로젝트팀을 이끈 로버트 페이퍼 교수는 “히스패닉계와 흑인의 권리가 백인의 권리를 앞지르고 있다는 두려움이 동력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역차별 피해 의식이 인종차별 해소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신변 안전에 관심이 많아진 미국인의 총기 구매가 늘었고, 코로나 기원으로 중국이 지목되는 바람에 아시아계 혐오가 덩달아 부풀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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