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2000조? 847조?.. 실질 재정부담·증가 속도가 문제 [나랏빚 규모 논쟁 확산]
기재부 해명에도 논란 확산
실제 부채 증가속도는 위험
■"국가채무와 국가부채, 다른 개념"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논란은 지난 6일 정부가 내놓은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에서 시작됐다. 이날 정부는 국가부채가 1년 새 241조6000억원(13.9%) 급증한 198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많은 언론에서 1985조원을 두고 '나랏빚'이라고 지적했으나 기재부는 이 가운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 846조9000억원만을 나랏빚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지급 시기와 금액이 확정된 '확정 부채'다. 반면 국가부채는 공무원과 군인 등 미래에 지급할 '비확정 부채'인 연금충당부채가 포함됐다. 이는 총부채의 절반을 넘는(52.6%) 1044조7000억원을 차지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채무와 국가부채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그 어느 나라보다 건전하고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해당 논쟁은 국가채무의 범위로 확전됐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글로벌 기관에서는 국가채무를 따질 때 크게 나눠 'D1(중앙정부+지방정부 부채)'과 'D2(D1+비영리 공공기관 채무)' 'D3(D2+공기업 채무)' 'D4(D3+공무원연금 등 충당부채)' 등 네 가지 분류를 활용한다. 이에 IMF는 2024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을 64.4%로 전망하며 정부의 전망치보다 더 비관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IMF의 전망치가 국가재정운용계획상 국가채무(D1)와 수치 면에서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채무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에도 불을 지폈다. 지난해 민간부문 부채가 국민 1인당 1억원에 달한다는 지적에 기재부는 "가계·기업·국가 합산치를 단순히 인구수로 나누면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정부 해명의 골자는 나랏빚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가 필요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채무 논란, 핵심은 실질"
그러나 문제는 정의가 아닌 실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부채와 국가채무 논쟁의 핵심 항목인 연금충당부채의 경우 국가채무로 잡히진 않지만 재정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군인연금은 손실이 날 경우 나랏돈으로 메워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까지 28년째, 군인연금은 48년째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재정이 부실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발표한 '4대 공적연금 장기재정 전망'에 따르면 2030년에는 공무원·군인연금의 적자 규모가 9조3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1~2030년 10년간 세금으로 대신 내줘야 할 누적 연금액은 50조원을 넘는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천대 교수)은 "공무원연금은 지급불능 상태가 오면 자동으로 국가가 책임을 지도록 법령에 나와 있다"며 "연금충당부채가 미확정부채여도 나랏빚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금충당부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민법상 확정채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나랏빚'이 아니라고 홍보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정의를 받아들여 연금충당부채를 빼더라도 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IMF에 따르면 국가채무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2.2%에서 2026년 69.7%로 치솟는다. 상승 폭(27.5%포인트)은 35개 선진국 중 3위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관련 보고서에서 "실제 경제적 개념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파악하고자 한다면 일반정부부채(D2) 규모가 유효한 수단이 된다"며 "정부는 결산안 발표에 일반정부부채 수치를 포함시키지 않아 경제적 실질 차원의 국가부채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국제비교가 수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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