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무단결근' 공군 법무관..소송만 하다 무사 전역하나
공군의 한 법무관 A씨의 행보는 일반 사병의 군 생활과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일곱 달 동안 제대로 출근 시간을 지킨 날이 20일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상습적으로 근무지를 이탈했지만 형사입건 조차 되지 않았고, 공군 법무관 최초로 해임 처분을 받았지만 "3년 동안 변호사를 하지 못하면 불이익이 크다"는 이유로 1심에서 해임 취소 판결을 받은 것입니다.
A씨가 군에서 근무한 기간은 해임되기까지 1년 남짓. 이후 2년 가까이 민간인 신분으로 소송만 벌이다 곧 무사 전역을 앞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공군이 항소한다고 해도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A씨가 추가 복무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 [단독] '툭하면 결근' 법무관…'해임 취소'에 동료도 분개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277123 ]
7개월 넘는 기간 동안 19번 정상 출근…"공군 법무관 최초 해임"
2019년 3월 감찰실에 적발되기 전까지 몇 시간 늦게 출근하고 몇 시간 일찍 퇴근하는 등 출퇴근 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법무실장을 대신해 부대 주요 회의에 참석해야 할 때에도 멋대로 불참하기도 했습니다.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성실 의무 위반입니다.
A씨는 조사를 하거나 회의를 진행할 때 정도 외에는 대부분의 근무시간 동안 군복이 아닌 운동복 차림으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합니다.
참다못한 공군은 2019년 7월 위 3가지 이유를 들어 A씨를 법무관에서 해임했습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공군 법무관이 해임 징계를 받은 것은 A씨가 처음입니다.
해임 2년 여 만에 취소 판결…"3년 동안 변호사 못하면 불이익 크다"
법원이 징계 사유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A씨는 건강이 좋지 않고 밤샘 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어 직속상관의 허가를 받아 늦게 출근했고 주어진 업무는 문제없이 수행했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씨가 지휘관의 정당한 허가를 받은 적이 없는 데다, 7개월 넘는 기간 동안 단 19번만 출근시간을 준수할 정도로 직무에 태만했다며, 공군 측의 징계 사유를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판결 말미에 공군의 해임 처분이 "평등의 원칙을 위반해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A씨의 직무 태만 행위가 직속상관의 허락이나 사실상 용인 하에 시작됐고, A씨가 근무한 공군 비행단 법무실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기강이 해이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무단이탈한 군법무관을 해임한 사례가 없고, 군인 신분을 박탈당하면 "3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되거나 변호사로 등록할 수 없는 불이익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판결에 "공군 해당 부대 법무실의 전체적인 기강이 해이했다"거나, 국방부가 출퇴근 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된 군법무관들에게 징계 없이 단순 경고처분만 하고 넘어간 적이 있다고 언급된 것은 군 입장에선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동안 해이했던 군 기강과 솜방망이 징계 관행 때문에, 마음먹고 해임하려던 군법무관 징계 하나 지켜내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이 일반적인 법감정과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해임 시 불이익은 3년 동안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것인데, 1년 남짓 태만하게 근무하고 2년 가까이 군 밖에서 소송으로 시간을 보낸 법무관에게 그 정도 불이익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최근 불법을 저지른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남들도 다 그랬다"는 논리로 국민들을 당황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그동안의 관행이란 이유로 징계 수위를 낮춘다면 잘못된 관행의 고리는 대체 언제 끊어낼 수 있을까요?
형사 입건조차 안돼…"추가 복무 가능성 거의 없어"
"형사처벌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법무관 신분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아, 신속한 업무배제를 최우선으로 판단해 해임했습니다. 해임되는 순간 민간인이 되어 어떤 절차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법원 항소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예정입니다." (공군본부 관계자)
신속한 해임이 최우선이었다는 것이 공군 입장인데, 해임 수준 중징계 사안에 입건 조차 하지 않은 것은 형평성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징계 전 입건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공군 측이 해임 취소 판결에 항소할 경우 7월 예정인 A씨 전역 시점을 넘기게 되는데, 이후 해임 취소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아무런 징계도 없이 만기전역하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경우 A씨는 군 경력을 인정받으며 변호사로 바로 근무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공군 측이 항소해 승소한다고 해도 재복무나 추가근무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일종의 복무 부적합자를 군에 재투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즉, 공군이 항소심에서 승소해도 A씨에게는 군 경력이 인정되지 않고 3년 동안 변호사로 등록하거나 공무원으로 일할 수 없는 정도의 불이익이 있을 뿐입니다. 이 정도 불이익이 공익적 목적에 비해 현저히 크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당장 다른 군법무관들조차 이러한 판결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군생활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합법적으로 만기전역할 방법이라며, 로스쿨 지원율이 높아질 것이란 우스개 소리까지 나옵니다. 군의 잘못된 솜방망이 징계 관행과 미온적인 대처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앞으로 공군이 어떻게 대응할지, 법원이 이후 어떤 판결을 내놓을지 끝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정반석 기자jb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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