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 유가족・피해자들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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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7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 세월호 참사(2014년)·대구지하철참사(2003년)·남이천물류창고 산재사망사고(2020년)·쿠팡 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2020년) 등 지난 18년간 일어난 17개 재난·산재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모였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참사, 재난·산재 참사 유가족·피해자들의 기록과 증언회'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이들은 슬픔과 분노를 담아 꾹꾹 눌러 쓴 참사 기록을 발표하며 '살아남은 자'들의 마음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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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안전기본법 제정해야"
“우리 단체(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대부분 자식을 잃은 엄마, 아빠들이 모였다. 어떤 일도 힘든 일이라 말하지 못한다. 세상 어떤 힘듦과 어려움도 내 아이가 겪은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있는 이 사회는 꼭 바뀌어야 한다.” (단원고 희생자 김시연 어머니 윤경희씨)
“이건 비일비재한 추락사라고, 법원의 판사는 말했다. 그러나 비일비재한 추락사로 죽어 마땅한 생명은 없다고 생각한다. 국회 앞에서 농성도 했지만 벌금 하한선이 삭제되고 소규모 사업장은 빠진 중대재해처벌법은 반쪽짜리 법이 되어 너무 속상하다.” (청년 일용직 건설노동자 산재사망 사건 고 김태규씨 누나 김도현씨)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 세월호 참사(2014년)·대구지하철참사(2003년)·남이천물류창고 산재사망사고(2020년)·쿠팡 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2020년) 등 지난 18년간 일어난 17개 재난·산재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모였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참사, 재난·산재 참사 유가족·피해자들의 기록과 증언회’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이들은 슬픔과 분노를 담아 꾹꾹 눌러 쓴 참사 기록을 발표하며 ‘살아남은 자’들의 마음을 공유했다. 증언회 내내 참석자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한빛 피디 사망 사건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등 이날 발언을 한 7개 사건 유족들은 참사가 개인의 과실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종 선원의 누나이기도 한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허영주 공동대표는 “대구지하철 참사는 정부와 지자체의 탐욕 문제가 엮였고, 이한빛 피디 사건도 방송업계의 탐욕이 바탕이 된 사건이었다.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는 선원이라는 특수한 직업군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낡은 배를 개조해 쓸 수 있도록 한 정부와 공무원의 행태, 낡은 관행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다. 우리 모두가 일하는 어떤 환경에서든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며 피해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배제하고, 사건 가해자가 진상규명의 주체가 되는 모순도 꼬집었다. 남이천물류창고 신축현장 사망 사건 유족 권미정씨는 “당시 유가족들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를 상의도 못 하고 현장에서 흩어진 채 분산됐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사고가 왜 났는지 확인도 할 수 없었고, 산재 사고에 관한 매뉴얼이 전혀 없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했다. 김혜진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도 대구지하철참사를 함께 언급하며 “가해자가 사건 수습의 주체가 돼 진상이 드러나지 못하게 하고, 대구 참사의 원인을 불을 낸 개인, 마스터키를 빼고 도망간 기관사에게 돌려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며 “이와 달리 피해자는 문제 참여가 어려운 이 구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정부와 국회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참사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더불어 피해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오민애 변호사는 “참사 조사 과정에서 진상규명을 바라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치부하는 행위가 부지기수로 벌어진다”고 짚으며 피해자 권리를 법으로 명문화하고 ‘안전권’을 보장하는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보호 및 감독 권한 있는 공무원 처벌 등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으로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무를 명시 △안전사고의 독립적 조사를 보장하는 기구 설치 등을 제안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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