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세습 고속도로 뚫자는 건가"..與野 '복수의결권' 찬반 팽팽

최동현 기자,한재준 기자 2021. 4. 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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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올리브영 출점 제한하는 '지역상권법'도 의견 갈려
이학영 산자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공청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4.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한재준 기자 = 정부가 비상장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복수의결권' 도입을 놓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붙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대규모점포의 출점을 제한하는 '지역상권법' 제정안에 대해서도 여야 찬반이 엇갈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3일 오전 복수의결권 도입 관련 공청회를 열고 벤처업계와 학계 의견을 청취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복수의결권 법안)은 총 정부안, 여당안, 야당안 3건이다.

복수의결권은 1주당 최대 10배의 의결권을 부여해 벤처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도 지분 희석에 따른 경영권 약화 우려 없이 안정적으로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정부안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1주당 최대 10배까지 범위를 정했고, 이영 국민의힘 의원 안은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 다르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부소장은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88%가 복수 의결권 제도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며 "2018년 기준으로 OECD 36개국 가운데 17개국이 이미 도입하고 있다"고 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유니콘 창업자 대다수가 경영권이 10% 미만으로 희석된 상태"라며 "복수의결권 대상 기업을 더욱 확대하고 기업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결권을 배제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주식 등 경영권 희석을 막을 방법이 이미 존재하는데도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상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복수의결권은 궁극적으로 재벌세습을 위해 고속도로를 뚫어주는 법안"이라며 "2020년 기준 공시집단의 소유와 지배 괴리는 15배다. 복수의결권이 악용되면 1개 주식으로 150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야 의견도 엇갈렸다. 법안을 발의한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벤처기업 성장을 위해 차등의결권 필요성에 동의하신다면 실효성 있는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호소했다. 악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를 악용할 재벌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처벌 법안으로 고민해도 된다"고 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벤처산업 육성에 필요하다는 입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이 법안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이 매우 크다"며 반론을 폈다. 조 의원은 "단 한 번의 위험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원전을 반대하는 것처럼 재벌세습,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 등 대기업의 문제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공청회에서 문병윤 법무법인 소울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1.4.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여야는 이날 오후 열린 지역상권법 관련 공청회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대립각을 세웠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지역상권법)은 대규모 점포가 활성화 상권에 출점할 경우, 지역 상인회의 동의를 받도록 제한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상업지역의 비율이 50% 이상이거나 일정 수 이상의 도소매 점포가 모여 상권을 형성한 지역은 지역상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역상생구역' 또는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대규모 점포, 준대규모점포, 대형 프렌차이즈 가맹본부 직영점이 출점하려면 지역 상인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스타벅스나 올리브영 등 대기업 계열사 직영 매장은 건물주와 임대 계약을 마치더라도 주변 상인들이 반대하면 해당 상권에서 영업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지역상권법은 산자위 소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전체회의에 상정된 상태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지역상권법이 현재 자영업자가 처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지역단위로 임대인과 임차인, 주민이 협력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법안"이라며 법 제정을 호소했다.

반면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과거 핫플레이스였다가 쇠락한 '경리단길'을 예로 들면서 "기존 경쟁력이 있었던 맛집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후속으로 들어온 상점이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폐업한 것"이라며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하려면 대규모점포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기존 점포와 중복되는 업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소상공인이 코로나19 시기에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임대료 문제"라며 "갑자기 복합쇼핑몰 하나가 들어오면 주변 임대료가 널을 뛴다. 지역상권법은 규제법이라기보다는 지원법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임대료 상승은 기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상권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면 지역별로 다른 상권의 매력을 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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