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줄타는 K반도체.. 일단은 '바이든코드'

바이든, 반도체화상회의서 中비난
사실상 생산기지 美 현지화 압박
신규공장 세금 공제 혜택 제시도
삼성·SK·LG는 이미 美투자 검토
"신냉전시대 샌드위치 될라" 우려

아이클릭아트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IT(정보통신) 산업, 그 것도 반도체 분야에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긴급 '반도체 화상회의'를 개최하면서 "미국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여기에 배터리분야 주도권 장악에도 민첩하게 나서고 있다.

이미 삼성을 비롯해 SK와 LG 등 국내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해 반도체와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현지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국내 기업이 대응할 방법은 '현지화' 밖에 없고, 이는 곧 국내 제조업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자칫 미국 대신 세계 반도체 대국인 우리 한국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 '반도체 화상회의'에 잠시 참석해 "내가 여기 가진 칩, 이 웨이퍼, 배터리, 광대역, 이 모든 것은 인프라"라며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고,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시장경제 논리를 무시하고 강력한 정부의 지원 하에 첨단산업을 키우는 것에 대한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 자리에는 한국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참석했고, 인텔과 TSMC, 마이크론 등 반도체 대표기업들은 물론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업체 등도 함께했다. 업계에서는 예고하지 않았던 바이든 대통령까지 참석한 만큼 강력한 '당근'과 '채찍'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조2500억 달러(약 2530조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 가운데 500억 달러를 반도체 제조·연구 예산으로 집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미국 현지에 신규 제조공장을 지을 경우 파격적인 세금 공제 등의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현지 투자 확대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후보지를 물색 중이며,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3조원을 투자하는 중이며, 삼성SDI까지 조만간 미국 내 투자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중 모두 첨단산업 주도권 다툼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는 만큼, 마치 과거 미·소 냉전시대처럼 '신냉전'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는 중국에 대한 견제도 있지만, 속내에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자국 내 공급망을 늘리는 자국산업 보호주의가 깔려 있다"며 "국내의 경우 시장이 작을 뿐 아니라 인건비 등 원가 경쟁력도 미국과 중국 등에 비해 떨어지는 만큼 제조업 엑소더스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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