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와중에 오세훈 '서울형 방역'으로 차별화..전문가 "정치적 모험될 수도"

김보연 기자 2021. 4. 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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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표 '서울형 상생 방역'
'민생 살리기·정책 경쟁력 입증' 주력
정부 여당 "정책 혼선 우려" 부정적
성공 시 野 힘 받을 수 있으나
실패 시 "대선 영향 불가피" 지적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문재인 정부의 방역대책에 반기를 들었다. 일률적 거리두기 방역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며 '상생 방역' 구상을 내놓았다. 업종에 따라 영업시간을 늘리는 대신,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해 음성이 나온 사람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정부 여당은 "방역 전선에 구멍을 낼 수 있다" "서울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의료계도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10년만에 서울시장 자리를 재탈환한 오 시장이 가장 먼저 독자적인 '서울형 방역' 카드를 꺼내든 것은 문 정부와의 정책 경쟁을 통해 실력을 입증하고 동시에 민생 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정책이 실패할 경우 내년 대선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00명대로 늘어난 상황에서 4차 대유행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면, 오 시장의 방역실험이 정부의 방역전선에 혼선을 일으켰다는 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세훈發 1호 정책은 정부와 거리 둔 '상생방역'

오 시장은 13일 취임 후 처음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방역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버겁다. 새로운 시도, 아이디어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며 "간이 진단키트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빠른 시일 내에 사용 허가를 해달라"고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화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오 시장이 식약처의 사용허가를 요청한 것은 서울시의 '상생방역'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선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허용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자가진단키트는 콧구멍에 있는 검체를 스스로 채취해 15∼30분 안에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의료진 등 전문 인력에게만 신속항원검사 키트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를 개인이 자가 검사 용도로 쓰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은 자가진단키트를 통해 검사 후 음성 판정이 나온 사람에 한해 식당, 노래방, PC방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영업점의 영업 시간은 업종별 특성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모든 업종이 오후 10시에 일괄 문을 닫는 현 정부의 방역정책에서 탈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정부가 백신을 조기에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방역만 조이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방역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 "방역 구멍 뚫릴 수 있다" 감염 확산 우려

이같은 구상을 두고 정부 여당은 반발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충돌'이 혼선을 빚어 자칫 국가 전체의 방역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전문가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방역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간 방역 엇박자는 국민적 혼란을 야기하고 방역 전선에 구멍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방역은 여야를 가를 정략적인 문제가 아닌, 국민 생명과 공동체의 안전이 달린 일"이라며 "서울을 비롯한 지자체가 방역 당국에 공조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비대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TBS라디오에서 "(오 시장의 결정은) 서울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고, 김남국 의원은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서울시만 따로 놓는다는 방역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정부의 지침에 따르는 게 맞다"고 했다.

방역당국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가 낮은 탓에 '가짜 음성’(위음성) 결과 등이 나올 경우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것이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중해야 한다"며 "(4차 유행 초입인 상황에서) 자칫 더 폭발적으로 (확산세가) 나타나게 되면 우리가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취객 등을 대상으로 검사를 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자율적 준수가 작동이 되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고 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의 확진자 발생 상황과 의료인·관계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이뤄지는 상황임을 생각하면, 자가검사키트 활용을 전제로 유흥업소나 다중이용시설의 방역조치 완화는 현재로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吳의 도전…"실패 시 내년 대선까지 여파 미칠 수도"

정치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독자적인 방역대책을 제시한 것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되는 '정책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오 시장의 방역대책이 성공할 경우 이에 힘 입어 국민의힘의 지지도가 상승할 수 있으나, 반대로 서울시의 방역실험 전후로 코로나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경우 이 여파는 내년 대선까지 미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 시장이 정부와 대립되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한 것은 '정부 여당과 반대로 하겠다'는 의미보다는 문 정부와의 정책 경쟁을 통해 '누가 더 나은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지 보여주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했다.

양 교수는 이어 "정치 지도자로서 경우에 따라 모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은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정책 성공 여부에 따라 지지도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오 시장이 중앙정부의 방역조치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동시에 현 정부와 정책 경쟁을 통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재인 대통령과는 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했다.

박 평론가는 "(오 후보의 독자 방역 정책은) 양날의 칼이다. 만약 방역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오 시장이 정치적 셈법에 따라 움직였다' '국민의힘으로도 안된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며 "국민의힘에 정치적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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