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에 업은 日, 5년 끌던 방류 전격 발표..한일관계 더 냉각
日 발표하자 美 즉각 지지성명
외교부 "협의 없는 일방 조치"
주한 일본대사 초치해 항의
영호남·제주는 소송까지 언급
中도 "주변국에 심각한 손해"
◆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
일본 정부가 이번 결정을 강행한 것은 도쿄올림픽과 중의원 선거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9월, 중의원 임기가 10월이어서 그 전에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 직전이나 총선 직전에 이 문제를 꺼내 논란이 커질 것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특히 이번 결정에 미국 지지도 주효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오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대면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흘 전에 결정된 것이라 사전에 미국과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일본 결정이 나오자마자 워싱턴 현지시간 오후 8시 30분에 즉각 입장문을 내고 지지를 선언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오염수 대신 일본에서 사용하는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처리수 결정을 위한 일본의 투명한 노력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전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1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IAEA는 안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추적 관찰하고 확인할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돼 있던 처리수의 처리 방안을 결정했다는 일본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과 근접한 중국과 우리나라는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깊은 유감과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전 "우리 국민의 우려와 반대 의견을 일본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가 외교부로 초치돼 우리 정부의 강력 항의를 받았다. 아이보시 대사는 한국 언론에 "한국 국민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며 "주변국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책임지고 대처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제주도 등에서는 항의가 빗발쳤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3일 "인접국 국민에 대한 폭거"라며 제주를 비롯해 부산·경남·울산·전남 등 5개 지자체 차원에서 '오염수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향후 한일 양국 법정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고 국제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일본 결정에 대해 "주변 국가에 되돌릴 수 없는 손해를 끼칠 것"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담화문에서 "일본 결정은 지극히 무책임하고 국제 건강 안전과 주변국 국민 이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것"이라며 "일본이 책임을 인식하고 과학적 태도로 국제사회, 주변 국가, 자국민의 심각한 관심에 대해 응당한 대답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외교부가 이날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 과정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고 지적한 것 또한 이런 이유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가장 최근에 우리 정부에 오염수 처리 결정을 알려 왔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놓고 논의를 시작한 것은 이미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오염수 전문가 회의는 2016년 오염수 처리 문제를 놓고 대기 방출, 해양 방류 등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다가 해양 방류가 가장 단기간에 저렴한 방법이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로부터 5년간 일본은 해양 방류를 놓고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일본 내에서도 자국 어민 등의 반발이 컸고,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러다 지난 13일 일본 정부가 5년 만에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이다. 지난달 중순 기준 125만t가량 쌓여 있는 오염수가 2년 후부터 태평양으로 흘러 나온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인체에 무해한 수준까지 희석해 순차적으로 방류한다는 방침이지만,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ALPS)'라는 핵물질 정화장치로 처리해도 트리튬(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성물질은 걸러지지 않아 어민 단체와 주변국이 염려하고 있다.
[도쿄/김규식·베이징/손일선 특파원 / 서울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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