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공시가 쓴소리에..홍남기 "문제없다" 설전
공동주택공시가 제도개선차원
산정과정 지자체 참여 요구해
변창흠·홍남기는 반박 의견내
간이진단키트 도입 거듭 촉구
권덕철 "보조적으로 활용해야"
文 "부처·서울시 소통해달라"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 전수조사로 산정했다. 외부 전문가 검토도 진행된다. 정부가 임의 조성할 여지가 없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3일 취임 6일째를 맞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해 정부의 부동산·방역 대책에 직언하며 향후 펼쳐질 정부와 서울시 간 정책 엇박자를 예고했다. 특히 공시가격 산정 주체와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대한 오 시장의 문제 제기와 개선 건의가 이어지면서 국무위원들과 '신경전'도 펼쳐졌다.
이날 국무회의가 문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와 오 시장이 자리한 정부서울청사를 영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문 대통령과 오 시장은 직접 대면하지 못한 채 모니터를 통해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회의 초반 오 시장에게 "당선을 축하드리고, 처음 참석하신 것을 환영한다"며 먼저 발언을 요청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의 마음속 깊은 의견을 대통령님과 장관님들께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현안 토의가 이어지자 오 시장은 공동주택 공시지가 등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오 시장은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는 국민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 개정과 국토교통부의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며 "공동주택 가격 결정 과정에 지자체가 권한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대통령과 관계장관님들의 관심과 협력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시가격은 일부 지자체가 잘못 산정됐다고 문제 제기를 했지만 부동산가격공시법에 따라 한국부동산원이 1421만가구를 전수조사해 산정한 가격"이라면서 "감정평가사 등 외부 전문가 검토도 진행한다. 정부가 임의로 조성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많이 반영이 안 돼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지자체의 문제 제기가 사실은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한 것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 부총리 설명과는 다르게 공동주택 공시가격 전수조사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많다.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아파트 단지 내 평형에 따라 기준 공시가를 매기고 층·일조권·소음 등을 고려해 차등을 두는 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공시가격 검증을 맡은 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제주대 교수)은 "법률상 공동주택 조사 산정 업무는 모두 현장조사를 나가야 하지만 현재 부동산원의 인력구조상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오 시장의 문제 제기에 대해 "방향과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2019년 9월 시도별로 결정권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내용의 공시지가와 관련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한 적이 있는데, 서울·경기·제주만 찬성하고 다른 지자체는 모두 반대했다. 전국적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오 시장은 전날에 이어 정부의 일률적인 방역 대책에 대해 비판하고 '서울형 거리 두기' 도입을 위한 선결 조건인 코로나19 간이 자가 검사키트 도입을 재차 요청했다. 오 시장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희생에 기반한 지금의 방역 체계는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며 "등교수업이 제한돼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저하되고, 방역지침에 가장 모범적으로 동참해온 종교시설의 불편과 피해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오 시장 공세에 대해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가 검사키트는 보조적 수단이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인 콜센터, 요양병원, 학교 등에는 보조적으로 사용 가능하다"면서도 "유흥시설이나 식당 등 일회성으로 찾는 곳에 쓸 수 있을지는 전문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무위원들과 오 시장 간 토론을 지켜본 문 대통령은 "요약된 제안과 짧은 답변만으로 충분한 소통이 됐다고 볼 수 없다"며 "코로나 방역이든, 부동산 문제든 서울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충분한 소통으로 각 부처와 서울시가 같은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태준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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