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핀번호 보내줘"..'구글 기프트카드' 피싱에 낚였다

최한종 2021. 4. 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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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발행하는 상품권인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를 활용한 피싱 범죄 피해가 늘고 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 대신 문화상품권 등을 요구했던 범죄자들이 한층 더 추적이 어려운 기프트카드를 새 '타깃'으로 삼으면서다.

구글 기프트카드는 문화상품권과 비슷한 특성이 있는 데다 해외 기업인 구글이 발행하고 있어 새로운 수단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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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추적 피하려고 현금 대신
중고판매 쉬운 기프트카드 요구
편의점 등서 판매, 구하기 쉬워

구글이 발행하는 상품권인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를 활용한 피싱 범죄 피해가 늘고 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 대신 문화상품권 등을 요구했던 범죄자들이 한층 더 추적이 어려운 기프트카드를 새 ‘타깃’으로 삼으면서다. 사기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구글 직원 사칭해 편의점에 전화

직장인 박모씨(38)는 최근 65세 어머니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구글 기프트카드를 구매해 달라고 한 적이 없느냐”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그런 적이 없다”고 대답했지만 박씨의 어머니는 이미 15만원짜리 기프트카드 3장, 총 45만원어치를 범인들에게 전달한 뒤였다. 박씨는 “가족 중에도 경찰이 있어 피싱 사기를 조심하라고 부모님에게 꾸준히 당부했지만 순간적으로 속아 넘어갔다고 한다”며 “어머니 주변에도 같은 방식의 사기를 당한 사람이 많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처럼 가까운 지인을 사칭해 구글 기프트카드를 요구하는 피싱 범죄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 기프트카드는 구글 앱장터 구글플레이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이다. 유료 앱이나 게임 아이템은 물론 영화·도서 등 콘텐츠도 구입할 수 있다.

카드 뒷면의 16자리 핀(PIN) 번호를 구글플레이에 입력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전국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고 있어 구매하기도 쉽다. 박씨의 사례처럼 ‘엄마 나 (자녀 이름)인데, 휴대폰이 고장나서 다른 번호로 연락해. 기프트카드를 사서 핀 번호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줘’라고 문자를 보내는 방식이 가장 흔하다.

사기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구글 직원을 사칭해 편의점에 전화를 거는 방식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범인들은 편의점 직원에게 “구글 기프트카드 재고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며 수량 확인을 우선 요구한다. 재고를 알려주면 “수량이 맞지 않으니 환불 처리해주겠다”며 핀 번호를 불러 달라고 한다. 범인들이 핀 번호를 온라인을 통해 등록하면 가게에 있는 기프트카드는 쓸 수 없는 ‘깡통’으로 남게 된다.

 “추적 시간 걸리지만 검거 가능”

과거 피싱 범죄자들은 문화상품권을 단골 피싱 사기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는 데 별도의 계좌가 필요 없고, 사용처가 다양해 현금화도 쉽기 때문이다. 구글 기프트카드는 문화상품권과 비슷한 특성이 있는 데다 해외 기업인 구글이 발행하고 있어 새로운 수단으로 떠올랐다.

유료 앱 구매와 앱 내 결제가 늘면서 범죄자들이 기프트카드를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쉽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보이스피싱 등을 당했을 때 지급 정지 요청이 가능한 금융회사 계좌와 달리 피해구제 대책도 미비하다. 최근에는 범죄 수익을 은닉하는 데도 기프트카드가 자주 쓰이고 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구글을 통한 환불도 어렵다. 구글 측은 ‘기프트카드 사기 주의’ 웹페이지를 통해 “(분실 또는 도난을 당해도) 기프트카드의 금액은 재판매, 교환 또는 양도할 수 없으므로 새 기프트카드를 발급해줄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자들은 기프트카드가 문화상품권보다 추적에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에 설치된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공조전담반’을 통해 수사 자료를 적극 확보하고 있어 추적에 시간이 걸릴 뿐 모두 잡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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