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살처분 할지 말지..농가가 선택 가능" [인터뷰]
선제적 살처분땐 100% 보상
안했다가 감염되면 금액 줄여
밀 자급률 4년내 5%로 올릴것
강력분·중력분 지역별로 생산
농업인·전문가로 농지위 구성
보조금 노린 가짜농부 거를것
배추·대파물가 이달 안정될듯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신중
■ 대담 = 김대영 경제부장
이듬해 봄 또다시 펼쳐진 전투의 전장은 바다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바닷길이 막히면서 각국이 식량 조달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21개국이 농식품 수출금지 및 수출제한조치 33건을 실시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는 압도적으로 높은 쌀 자급률과 체계화된 비축 시스템으로 식량 대란을 막아냈다. 올해 벌어진 3차전은 공중전이었다. 전이력이 역대급으로 강력한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철새들이 국내를 덮쳤다. 하지만 선제적으로 집중 소독을 하고 검사를 확대한 덕에 농가 감염 건수는 올해 오히려 73% 감소했다.
이처럼 세 차례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성과를 바탕으로 농식품부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기관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부임 3년 차를 맞은 김현수 장관을 4월 초 서울 농식품부 임시사무소에서 만났다. 김 장관은 방역 회의 의상이 아닌 정장 차림이 어색하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우리 농식품 산업이 역량 전환에 성공한 것도 지난 3년간 이룬 중요 성과로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AI 방역 과정에서 살처분 합리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살처분 범위 보상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만들고 있다. 일명 질병관리등급제인데 농가별로 방역 수준을 평가해 현행 3㎞ 살처분 기준 안에서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일정 조건을 갖춘 농가는 농장주가 직접 살처분을 선택하게 할 생각이다. 예컨대 농장주가 살처분하지 않겠다고 선택했는데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페널티를 받는 식이다. 현재 AI 발생 농가는 시가 80%를 보상받고 살처분한다. 예방적 살처분은 100% 시가로 보상해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농장주가 미살처분을 선택했는데 추후 감염이 발생하면 보상액을 감액하는 식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볼 수 있다.
―살처분 대신 백신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백신을 가지고 AI를 잡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없다고 답하겠다. 우선 백신은 오리에 작동하지 않는다. 또 AI는 변이가 계속 일어나는데 그에 맞는 백신을 모두 갖추는 것이 대단히 힘들다. 물론 우리 정부도 백신 직전 단계인 항원 뱅크를 500만마리 정도 만들어놨다. 이는 급박하고 살처분으로 감당되지 않는 상황이 왔을 때 쓰려고 남겨둔 것이다.
―식량안보에 대한 위협이 많았다. 식량 주권에 대해 어떻게 보나.
▷쌀 자급률은 사실 100%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점점 소비가 늘어나는 밀인데 자급률이 1%가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대한민국 밀 산업을 육성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개발한 종자를 높은 순도로 구분해 단지별로 경작해보려고 한다. 어느 동네는 강력분 단지, 또 어느 지역은 중력분 단지로 키우는 식이다. 이렇게 생산되는 밀은 정부가 책임지고 사주기로 했다. 초기에 시동을 걸어서 모멘텀이 생기면 밀 자급률이 2025년까지 5%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있다.
―작년 도입된 공익형 직불금제가 이런 다변화에 도움이 될까.
▷된다.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가장 해결하고 싶었던 숙제였다. 바뀐 공익형 직불제는 기존 논 직불제였던 것을 품목에 관계없이 농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모두 준다. 실제로 중소 농가에 지급되는 직불금 비중이 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밭에 지급되는 직불금도 3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가짜 농부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투기우려지역 농지를 매입할 때 농업인과 전문가로 구성된 농지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 공무원 1명이 평가하는 게 아니라 다수가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취득 과정이 정돈되지 않을까 싶다.
―이 같은 강경 대응의 논리인 '경자유전' 원칙이 비현실적이라는 말도 있다.
▷국토 중 농지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30%, 우리는 15% 수준이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최소한 이 정도는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주택은 다른 문제다. 정부는 농촌에 주택을 보유한 1가구 2주택자에게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도시민이 수도권 이외 읍·면 지역의 주택을 취득한 뒤 기존 도시주택을 타인에게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고 있는데 농촌으로 인구 유입과 농촌 활력 증진을 위해 도시민의 1가구 2주택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물가 얘기를 해보자. 파·계란 등은 물가가 올랐다.
▷4월 이후 봄배추, 봄대파 등 농산물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 물가는 점차 안정화할 전망이다. 계란도 공급 능력이 회복되면서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우선 4월에는 2500만개 계란을 수입할 예정이다.
―유통 구조인 경매제를 근본적 문제로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으로 경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도매시장 개혁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농식품 全분야 실무지식 풍부
"일이 삶의 목적될 정도로 매진"
최근 역점 정책은 데이터 개방
―조직원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나.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국별로 2~3개 과제를 정해 국장 전원이 모여서 주간회의를 한다. 보고받는 자리가 아니라 토론하는 자리다. 일대일 방식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나도 일주일 내내 연구를 한다. 매일 밤 해당 분야 지역 전문가들과 직접 통화하고 질문과 요구사항을 모아서 회의에서 묻는다. 물론 실무자는 피곤할 수밖에 없겠지만 정책에 구멍이 뚫려서 뒤늦게 지적받는 것보다 훨씬 낫다.
―쉬는 날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지난해 10월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축전염병 방역 상황회의를 매일 주재하고 있다. 사실상 쉬는 날이 없다. 또 매주 토요일은 농축산물 가격을 점검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2~3개 마트를 방문하고 있다. 좌우명이 '실패하더라도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다. 어떤 일을 시도했으면 그 일이 내 삶의 목적이 돼야 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정책결정권자로서 이런 마음을 갖지 않으면 내부 직원에게 심정적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실무자의 심정적 동의가 없으면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관심을 두는 역점 정책은.
▷농업 분야 데이터 개방이다. 농업계에 많은 데이터가 있지만 그동안 활용이 안 되고 있었다. 취임 초부터 '개방할 수 없는 것은 데이터가 아니다'는 마음으로 직원들을 독려했다.
또 스마트팜도 더 집중해 나가야 할 분야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농가에서도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여러 가지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예컨대 충남 홍성의 한 농가는 돼지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활용해 전기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든 전기를 다시 양돈장 운영에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냈다. 이런 시도가 농업계에 더 퍼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He is…
△1961년 경북 달성 출생 △경북고·연세대 경제학 학사·서울대 행정학 석사·위스콘신대 농업경제학 석사 △제30회 행정고시 △농식품부 식량정책관, 식품산업정책관, 농촌정책국장, 차관보 역임 △2017년 6월 농식품부 차관 임명 △2019년 8월 농식품부 장관 임명
[정리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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