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1g 알약..1000억 마리 유익균

김병호 2021. 4. 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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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개발 1세대
쎌바이오텍 정명준 대표
15년 연구 대장암치료제
식약처에 임상 1상 신청
위·간암 등 적응증 확대
블록버스터 신약 만들것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치료제는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출시된 제품이 없다. 그만큼 K바이오가 글로벌 선두에 오를 수 있는 유망한 바이오 분야다."

13일 정명준 쎌바이오텍 창업주 겸 대표(63·사진)는 "미생물을 26년간 연구해 온 기업으로서 소화기암 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블록버스터 신약 출시가 목표"라고 밝혔다. 1995년 설립된 뒤 2002년 코스닥에 상장한 쎌바이오텍은 국내 미생물 연구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1세대 기업이다.

쎌바이오텍이 개발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 물질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대장암 치료에 쓰이는 'PP-P8'로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1상 계획을 신청했다. 정 대표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 연내 임상1상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임상2상 때는 기존 화학항암제와의 병용임상(두 가지 치료제를 동시에 투여)도 계획 중인데, 임상2상이 끝나면 조건부 허가를 받아 시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개발 중인 대장암 신약 'PP-P8'은 경구약으로 복용이 간편하다"며 "알약을 1g 투약하면 7m 길이 장내 곳곳에서 유익균 1000억마리가 번식하면서 손상 부위를 회복시켜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장내 유산균에서 분리한 물질을 300배 증폭시켜 마우스에게 주입했더니 높은 치료 효과가 나온 것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병용투여까지 한다면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몸속 유산균을 활용하는 만큼 합성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훨씬 덜하고 안전하다"며 "장내에서 유익한 균주를 계속 생산하기 때문에 약효 지속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장암 외에 위암과 간암, 크론병 치료에서 추가 임상을 거쳐 적응증을 확대할 것"이라며 "회사가 보유한 유전자 기술 플랫폼을 활용하면 당뇨병 등 다양한 질환으로 치료 분야를 넓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쎌바이오텍은 유산균 대량 배양기술을 접목한 생물학적 제제 공장을 경기 김포시에 완공해 식약처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심사를 앞두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오래했지만 신약 개발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에 대해 정 대표는 "기초를 탄탄히 하는 원천기술을 스스로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며 "자체적으로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낸 뒤 동물과 인체 작용 기전을 확인하고 신약 개발 프로토콜 설계, 생산 준비까지 충실히 한 만큼 인체 미생물 관련 모든 자료를 축적해둔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쎌바이오텍을 포함해 마크로젠, 바이오니아 등 1세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다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체 연구개발에 주력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며 "기술수출이나 증시 상장을 통해 '엑시트'에만 열중해서는 기업이나 국가에 바이오 경쟁력이 남아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쎌바이오텍이 신약 개발 성과 없이도 이처럼 오랫동안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듀오락'이라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제품을 통해 수익을 꾸준히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듀오락 제품이 프리미엄급 유산균으로 인정받아 수익성이 좋다"며 "신약 개발 등에 연구인력 40여 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도 수익성 있는 듀오락 제품 라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쎌바이오텍 전체 매출(456억원) 가운데 60%가 듀오락 매출이다.

정 대표는 회사 설립 3년 전 덴마크 왕립공과대로 유학을 갔고, 미생물 연구로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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