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빅테크, 더 이상 '돈먹는 하마' 아냐..네이버파이낸셜 첫 '흑자'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국내 빅테크 업계가 전년보다 대폭 개선된 실적을 내며, 네이버파이낸셜이 처음으로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다른 빅테크 업체들도 '코로나19'로 언택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적자폭을 크게 줄였고, 조만간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NHN페이코 등은 최근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 해 실적을 공개했다.
◆ 유일하게 흑자 기록한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쇼핑 손잡고 '훨훨'
네이버파이낸셜은 빅테크 중 유일하게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의 2020년 당기순익은 548억9천만원이다. 영업 수익은 7천43억9천만원을 올렸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2019년 11월 네이버에서 분사해, 사실상 2020년이 사업에 뛰어든 첫 해다. 2019년 11월부터 12월까지는 45억9천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었다.
수수료 수익이 흑자의 주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들은 주문·고객관리, 배송, 정산 등을 도와주는 기능을 이용하게 되는데, 결제 수수료에 더해 이러한 부가기능 이용료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네이버 쇼핑에 유입되는 고객이 많아졌고, 그만큼 네이버 플랫폼에 들어오는 판매자들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고객에게는 쇼핑·결제부터 포인트 적립까지 이어지는 결제 경험을, 판매자에겐 입점부터 판매, 주문·고객관리, 배송, 정산으로 이뤄지는 판매 경험의 흐름을 잘 이어준 점이 큰 요인"이라며 "쇼핑 거래액과 결제 규모가 커지면서 이에 따른·주문 고객관리와 같은 부가가치 서비스덕분에 수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네이버쇼핑과의 상승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트렌드에 따라 쇼핑과 페이에 유입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수익성이 점차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쇼핑이 성장하면서 페이 결제가 증가했다"라며 "포인트 리워드 비용을 쇼핑과 공동 부담하는 점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네이버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40조원, 네이버페이 거래액 역시 55% 증가한 40조원으로 예상한다"라며 "쇼핑 결제 증가하며 포인트 결제 비중도 확대되는데, 포인트 결제가 비용부담이 적어 수익성에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 일제히 손실 규모 줄인 빅테크 3사…턴어라운드에 한 걸음 더
카카오페이는 흑자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 등 자회사의 실적이 포함된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 해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기준 205억6천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649억5천만원 순손실 대비 62%(444억원) 가량 개선된 수치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 934억8천만원의 순손실을 냈는데 해마다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2020년 카카오페이의 영업수익은 2천843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카카오페이는 투자,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며 플랫폼 입지를 강화한 점을 주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광고료 등 비금융업 영업수익이 전체의 85.7%를 차지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지난 해 지불결제 서비스를 기반으로 투자, 보험,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며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고 풀이했다.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의 출범으로 투자 상품에 펀드를 추가하며 투자자의 저변을 확대했으며, '내 대출한도'와 같은 혁신금융서비스, 보험사들과의 협업으로 사용자들의 금융 수요에 부합하는 서비스와 상품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적자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토스페이먼츠 등 비바리퍼블리카의 자회사들의 실적이 반영된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해 909억5천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손실 규모를 334억5천만원 줄였다.
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230% 증가한 3천898억원을 올렸다. 플랫폼 광고 등 비금융업 영업수익이 대부분이다. 매출의 83%를 은행, 카드, 보험등 제휴 금융회사로부터 직접 수취하는 사업 모델을 확대해오고 있는데, 이용자들은 여러 금융회사의 금융 상품을 비교해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고, 금융회사는 모바일 채널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사업 인수에 따른 영업권 상각, 사업 개시 전 투자 등 계열사들의 경우 연결 손익에 이익이 되는 요인은 아니었다"라며 "이를 감안하면 지난 해 토스의 연결 기준 영업손익 개선 폭은 더욱 컸다"라고 밝혔다.
NHN페이코는 지난 해 345억1천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손실 규모를 22억6천만원 줄였다.
NHN페이코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의 타깃 마케팅 전략으로 마케팅 비용 효율화를 달성함에 따라 수익성을 높이고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다"라며 "올해는 페이코 쿠폰과 포인트 사업은 물론, 페이코 오더와 캠퍼스존 등 성장성이 큰 오프라인 결제 사업 전반이 이익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마이데이터 무장한 빅테크…금융업권 공습한다
규모가 큰 '빅테크'라 할지라도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신생 기업인 만큼 고객 확보를 위해 마케팅 등에 돈을 태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해를 거듭할수록 영업수익이 개선된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수익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턴어라운드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임은 분명하다"라며 "코로나 장기화로 비대면 금융 활동이 일상이 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계열사 간 상승 효과 만큼이나, 플랫폼 자체의 능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빅테크 기업들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바탕으로 금융상품 수수료 수익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핀테크 서비스의 금융시장 진출은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본격화 할 수 있다"라며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여러 금융 회사에 흩어진 개인의 신용 정보를 통합해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 비교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사업자인데, 궁극적으로는 은행, 증권사와 보험사 등 금융 회사의 판매 채널을 대체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핀테크 업체들은 금융 회사들의 판매 수수료를 일부 가져올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직접 금융상품을 제조·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구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상혁 기자(hyuk@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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