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깔아준 판에서.. 오세훈, 장관들과 '격렬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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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주재한 화상 국무회의는 평소와 다른 이유로 주목받았다.
야당 소속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 시작 전 오세훈을 직접 소개하고 중앙정부와 토론 기회를 준 것에 더해 청와대가 토론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 것은 오 시장에 대한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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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주재한 화상 국무회의는 평소와 다른 이유로 주목받았다. 회의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마디'에 관심이 쏠렸다.
차관급인 다른 광역단체장과 달리 장관급인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야당 소속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오 시장이 '정권 심판 열망'의 힘으로 당선된 터라,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문 대통령은 오 시장을 환영했다. 청와대 여민관에서 화상 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안건 심의 전 오 시장을 향해 "당선을 축하한다. 첫 참석을 환영한다"고 인사했다. "어디 계시죠? 인사 한번 해주시겠습니까?"라며 오 시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서면으로 공개한 국무회의 장면에서도 오 시장이 중심에 있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국무회의에서 오 시장과 국무위원들 사이에 토론이 있었다"며 대화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토론 주제도 오 시장이 제기한 것이었다.
토론① 코로나 방역 완화 위한 자가검사키트 허용
'자영업자ㆍ소상공인 고통 절감을 위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을 일부 완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가검사키트 사용 허가가 필요하다. 쉽게 확진 여부를 알 수 있다면, 굳이 강화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취지의 오 시장 의견에 권덕철 보건복지부ㆍ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연이어 답했다. '오 시장 의견을 검토하겠다. 다만 독자적으로 행동하지는 말아달라'는 게 답변 요지였다.
△권덕철=자가검사키트는 신속하지만, 양성자가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 자가검사키트는 보조적 수단이어야 한다.
△전해철=지자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경우 중대본과 협의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방역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김강립=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같이 협의해서 진행해 주신다면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심사에 속도를 내겠다.
토론② 지자체장에게 공시가격 결정권 부여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공시가격 결정권을 달라'는 오 시장 의견에 대해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답했다. '협의는 할 수 있다. 다만 이관하기는 어려워보인다'는 취지였다.
△홍남기='공시가격이 잘못 산정됐다'는 지자체 문제 제기 일부는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했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임의로 조정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가능한 한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변창흠=2019년 관련 논의가 있었는데, 서울ㆍ경기ㆍ제주만 찬성했다. 전국적 통일이 필요하다. 공시가격 산정 전 과정에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겠다.
'첫 만남'에서 각자 여유 보인 문 대통령과 오세훈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 시작 전 오세훈을 직접 소개하고 중앙정부와 토론 기회를 준 것에 더해 청와대가 토론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 것은 오 시장에 대한 배려였다.
문 대통령은 "서울시장께서 제안하고 관계 부처에서 답변을 했는데, 요약된 제안과 짧은 답변만으로 충분한 소통이 됐다고 볼 수 없다"며 "서울시와 관계 부처가 국무회의 이후에도 충분히 소통해 달라"고 주문했다.
오 시장을 향한 '각별한 배려'는 오 시장이 정부의 방침과 지나치게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달래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방역이든, 부동산 문제든 서울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서울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전국적 해결이 가능하다"며 각 부처와 서울시가 "같은 입장"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오 시장도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 회의에 참석한 오 시장은 박범계 법무부ㆍ정의용 외교부ㆍ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웃으며 악수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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