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선거개입' 불기소 결정문엔 "조국·임종석 범행, 강한 의심 드는건 사실"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권상대)는 지난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증거 불충분’으로 줄줄이 무혐의 처분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핵심공약 ‘산재모(母) 병원’과 관련해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당시 사회정책비서관)의 혐의는 인정해 기소하면서도, 비슷한 혐의를 받는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무혐의 처분하기도 했다.
13일 이 사건 불기소결정문이 공개되자, 법조계에서는 “씁쓸한 수사 종결”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혐의가 충분히 인정되거나,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사안들에 대해 중앙지검이 소극적으로 판단해 최소한만 기소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이 공개한 이날 불기소결정문에는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지만 혐의 적용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범행에 가담한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등 문구가 다수 적혔다.
◇”누출해선 안 될 정보”라면서도… 장환석 비밀누설 무혐의
검찰은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 이유를 “심각한 비밀 누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환석 전 행정관은 2017년 10월 11일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 경제부시장을 만나 송 시장의 경쟁 후보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핵심 공약이었던 ‘산재모 병원 설립’과 관련한 비밀을 누설했다.
장환석 전 행정관은 송철호 시장에게 “산재모병원 건립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가능성이 작고 정부는 이를 최대한 빨리 발표할 계획이므로, 문재인 대통령의 울산지역 대선공약인 공공병원 건립을 선거공약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현재 정부 방향은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공단을 통한 일명 일산형병원 내지 고용노동부의 근로복지공단을 통한 산재 중심의 공공병원인데 확정된 것은 없다” 등 내용의 조언을 했다.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울산시장 후보자에게 공개된 적 없는 정부 내부 비밀을 전달한 것이다. 검찰 역시 “이 사건 정보는 외부에 공개되거나 공표된 적이 없는 정부 내부 정보로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이고, 특히 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자에게만 알려져서는 안 되는 정보”라고 평했다.
그러나 검찰은 “예타 경제성 분석 수치 등과 같이 누설될 경우 해당 사업 추진 또는 수행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정도의 비밀까지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며 장환석 전 행정관과 송철호 시장, 송병기 전 부시장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정부의 산재모병원 예타 전망 등 비밀을 누설했지만, 경제성 분석 수치까진 누설하지 않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적용은 어렵다는 논리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송철호 시장이 원하는 정보는 정부의 산재모 병원 예타 통과 여부지, 경제성 분석 수치까지 굳이 알고 싶었겠느냐”며 “해당 업무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직접 선거를 앞둔 후보자에게 상대 후보자의 공약 관련 정보를 유출했는데 비밀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어렵다”고 했다.
◇”조국·임종석 범행 가담에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무혐의 처분하면서도 “범행 가담에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적었다.
조국 전 장관과 임종석 전 실장 등은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공모해 2017년부터 이듬해 3월까지 송철호 시장을 민주당 후보로 선출하려 당내 경쟁자인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고베총영사 등 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고발됐다. 검찰은 “송철호 시장이 선거 준비조직인 ‘공업탑기획위원회’를 조직한 후 당내경선을 치르지 않고 공천받을 수 있도록 당내 경쟁자인 임동호 전 위원을 회유하는 선거 전략을 수립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불기소이유서에는 송철호 시장이 2017년 10월11일 청와대에서 임종석 전 실장과 만났고, 그 직후 24일 임동호 전 위원 측에 “심규명 변호사는 불출마로 정리될 것 같다” “당내경선에 불출마하면 원하는 자리를 챙겨줄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적혔다. 실제 임동호 전 위원은 임종석 전 실장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원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고, 이를 얻게 된다면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한병도 전 수석에게 내비쳤던 것도 확인됐다.
특히 불기소이유서를 통해 임동호 전 위원이 한병도 전 수석에게 ‘오사카 총영사’ 임명 여부를 재차 문의했지만, 한 전 수석으로부터 ‘오사카 총영사는 외교부에서 반발하니 다른 자리는 어떻냐’는 답변을 들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사건 핵심 증거는 송병기 전 부시장이 작성한 업무수첩이다. 이 수첩에는 송철호 시장 측이 임동호 전 위원을 회유하려는 선거전략과 그와 교섭한 내용 등이 상세히 적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임종석, 조국 등이 (수첩에) 언급돼 있을 뿐 아니라 업무수첩에 기재된 선거 전략대로 송철호 시장 측의 울산시당 장악 시도가 실행된 정황이 있어 피의자들이 순차 의사 전달을 통해 본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피의자들이 이를 부인하고 있으며 송병기 전 부시장의 업무수첩 기재 내용만으로는 피의자들의 후보자 매수 관련 논의 및 지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무혐의 처분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사건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서도 “강한 의심은 드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같은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직원 문모씨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입수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정보를 가공해 이광철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고, 이 비서관은 이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 전 비서관이 경찰에 이를 하달해 수사토록 한 것은 자신이라고 진술하는 등 이 비서관까지 범행에 가담했다는 핵심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작년 검찰 인사로 수사팀을 공중 분해 시켜버리고, 이후 사건 관계자들이 소환 조사를 끝내 거부해 수사팀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작년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정권 수사검사’를 겨냥한 ‘대학살 인사’를 통해 이 수사팀 역시 공중 분해시켜 버렸다. 작년 8월 당시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은 지방으로 발령 났고 파견검사 3명은 원대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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