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人들, 공산정권 희생자 사진을 '웃는 모습'으로 조작한 美 매체에 항의

이철민 선임기자 2021. 4. 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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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바이스(Vice) 뉴스’가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주 공산 정권 시절에 가혹한 고문 끝에 처형된 희생자들이 투옥되면서 찍은 사진을 웃는 모습으로 조작해 공개했다가, 캄보디아 정부와 캄보디아 국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의 바이스 뉴스는 지난 9일 크메르 루주 정권 시절에 고문과 처형으로 악명 높았던 수도 프놈펜에 위치했던 뚜얼 슬랭(Tuol Sleng) 교도소이자 이른바 ’21호 보안 감옥(S-21)’로 불렸던 곳에서 희생된 사람들 수십 명의 흑백 사진을 웃는 모습의 칼라 사진으로 조작한 사진들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흑백 사진 원본은 당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S-21이 위치했던 자리에 들어선 뚜얼 슬랭 대학살 뮤지엄과 웹사이트에 전시·공개된 것이었다. 사진 조작·편집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나의 화려한 과거(My Colorful Past)’라는 이름의 사진 복구 전문회사에 소속된 한 사진작가가 했다.

그러자 캄보디아 국민은 이 사진 기사의 삭제와 사과를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바이스 뉴스 측은 11일 “이 기사는 바이스의 편집 기준에 부합되지 않아, 삭제했다”며 사과와 함께 “편집 과정의 실패를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1975~1979년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 공산정권에서 자행된 각종 고문 현장을 묘사해 전시한 그림들./뚜얼 슬랭 대학살 뮤지엄

S-21 보안 감옥은 프놈펜의 한 중등학교 안에 설치된 감옥으로, 1975~1979년 이곳에는 크메르루주 공산 정권이 ‘배신자'’간첩'으로 낙인을 찍은 약 2만 명이 투옥됐다. 처형 전에 잔인한 고문이 이뤄졌고, 오직 12명만이 살아남았다. 미국 ‘바이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진 조작을 한 작가는 “여성 희생자들은 원래 웃는 모습이 많았다”고 했지만, 캄보디아 언론은 “웹사이트의 희생자 원본 사진을 보면 여성 희생자 중에서 웃는 얼굴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반박했다. 남성 희생자 중에서도 딱 한 명이 쓴 웃음을 지은 사진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캄보디아 문화부는 바이스뉴스와 사진을 조작한 작가에 대해 법적인 대응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학살 뮤지엄의 책임자는 “희생자들은 고문의 위협 속에서 사진을 찍었지, 놀이 목적으로 찍은 게 아니다”며 “도대체 왜 사진을 조작해 역사를 바꾸고, 희생자를 모욕하고, 지옥을 천국으로 바꾸려 하느냐”고 작가와 바이스뉴스 측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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