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잠재적 가해자.. 아니라면 증명하라" 여가부 산하기관 교육영상 논란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양성평등진흥교육원(양평원)이 제작한 교육용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가정하면서, 이런 취급을 불쾌해 하지 말고 가해자 남성들과는 다른 사람임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것은 양평원이 유튜브 채널에 올린 ‘남자=잠재적 가해자로 취급되는게 싫다고요?’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양평원 나윤경 원장은 “2018년 미투 운동의 확산으로 성폭력의 실상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성인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요즘”이라며 설명을 시작한다. 이어 “적지 않은 수의 남성들이 ‘왜 남자들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을 합니까'라고 항변하며 성인지 교육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84세이신 저희 어머니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며 나 원장은 5년 전 어머니가 중국 교포인 가사도우미를 소개 받았을 때의 일화를 들려준다. 성실하다는 한 중국 교포 여성을 소개 받았는데, 나 원장이 어머니에게 교포 여성에 대해 묻자 어머니가 “다른 사람 소개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 이유를 “가사도우미가 일도 시작하기 전에 대뜸 ‘일당을 먼저 달라’고 부탁했다”며 “내가 어딜 봐서 일당 떼어먹게 생겼니? 일당을 먼저 주기는 했는데 기분이 정말 나쁘더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나 원장은 영상 시청자들에게 “그야말로 잠재적 가해자 취급을 받았으니 그럴 수 있다”고 부연한다.
나 원장은 어머니에게 “지금까지 그 아주머니가 종일 일하시고도 일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아주 많았다더라”며 “어머니의 기분과 그 아주머니의 생존 중에서 어떤 게 더 중요한 일이에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어 나 원장은 “(그 아주머니는) 어머니를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해야 자신의 일당을 잃어버리지 않고 생존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기분이 나쁘다고 화만 낼 게 아니라 나는 ‘믿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시민적 의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 원장은 “다시 성인지 교육으로 돌아와 보겠다”며 “여성들은 남성들을 의심하며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경험들을 갖게 된다. 그 의심과 경계가 여성의 생존 확률을 높인다”고 했다. “남성들은 그 의심을 기분 나빠하기보다 자신은 나쁜 남성들과는 다른 사람임을 증명하며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원장은 “양평원은 이러한 노력을 ‘시민적 의무'라고 정의한다”며 “성인지 교육에 대해 왜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느냐고 화를 내기보다는 스스로가 가해자인 남성들과는 다른 사람임을 정성스레 증명하려는 노력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제안으로 영상을 끝맺는다.
이 영상은 지난해 2월 제작됐는데, 일부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이 영상을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남성들은 “충격적인 중학교 성교육 영상교재” “유아 살인·폭행의 대다수가 여자니까, 여자도 아이들과 평등하게 공존하는 시민적 의무를 실천하나” “무고한 자가 아무 이유 없이 본인의 결백함을 증명해야 한다니, 법과 인권은 어디로 갔냐” “나치나 일제 시대에 행해지던 세뇌, 차별 교육과 다를 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2003년 설립된 양평원은 양성평등 관련 공무원 교육과 전문 인력 양성 등을 담당하는 여가부 산하기관이다. 지난해는 109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논란에 대해 양평원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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