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쪽 "재판 공정성 의문..김명수 면담 때 발언 확인해 달라"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쪽이 재판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판부를 겨냥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하며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을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특정 언론 보도의 진위를 확인해달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각자가 판사로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 쪽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13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사퇴와 관련한 면담 과정에서 김 대법원장이 속으로는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을 바라면서 (법관) 탄핵에 찬성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며 보여준 이중적 태도를 보면 이 사안을 심각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행정권 남용 연루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라는 김 대법원장 의중을 비쳤다고 보기 충분하기 때문에 공정성 논란 완화를 위해서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서는 임 전 차장 쪽이 지난 12일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재판의 공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실조회를 신청한 사실이 공개됐다. 최근 <조선일보> 보도를 들어,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등 사법농단 의혹 재조사를 둘러싼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명목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10명을 초청해 면담한 사실이 있는지, 당시 참석한 부장판사들이 누군지, 임 전 차장 사건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가 이 자리에서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 등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미 대법원에서 재판부 기피신청에 대한 기각이 확정된 바 있고, 재판의 공정성을 확인하는 취지는 달성됐다”며 “공정성에 대한 새로운 의문 제기로 보이지 않고 사실 입증이나 양형 판단에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각이 맞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사실조회 신청 인용 여부는 양쪽 의견을 살핀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 쪽은 공판준비 명령에 대해서도 재판부를 향한 불신을 드러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31일 검찰과 임 전 차장 쪽에 공판준비 명령을 보냈다. 재판부가 지난달 23일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선고한 유죄 판결을 어떤 의미로 여기는지 양쪽 의견을 밝히라는 취지였다. 재판부가 이민걸 전 실장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던 임 전 차장 등의 공모관계도 상당 부분 인정했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 쪽 변호인은 “관련 사건 판결 의미에 대한 의견을 밝히라는 것이 적절한지 다소 의문”이라며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의미를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에게 출석 의무가 없어 임 전 차장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반면, 검찰은 “(이민걸 전 실장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 관련 사건 선고는 참고 판결에 불과하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며 “재판부가 구분되고 제척·기피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향후 심리도 관련 사건 선고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관련 사건 선고는 재판부가 임 전 차장 사건의 일부 쟁점에 대한 장점적 심증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잠정적 심증에 불과하다”며 “재판부가 관련 사건에 귀속되지 않고 임 전 차장 사건 심리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관련 사건을 선고한 직후 재판부 구성원 모두가 몸과 마음이 지쳐 힘든 상태임에도 피고인과 변호인이 관련 사건 선고를 어떤 의미로 여길지 고민했다”며 “향후 심리를 어떻게 진행할지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며 공판준비 명령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은 소송 관계인들의 재판부에 대한 신뢰 속에서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신뢰를 얻고자 한 것”이라며 “관련 사건 선고에 귀속돼 향후 심리를 진행할 생각이 전혀 없고 오히려 당사자의 주장을 더욱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재판을 마치기 직전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는 내용의 헌법 103조를 들어 “이 법대에 앉아 있는 형사36부 구성원 3명 모두 헌법 103조가 정한 법관이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판사로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뿐”이라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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