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택배차량, 어린이 없는 시간대 출입 허용..갈등 해결

울산 한 아파트 주민투표로 결정..택배기사들 "만족"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택배차량의 아파트 지상 출입 제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서울 강동구의 한 대규모 아파트가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 진입을 제한,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갈등 해결방안에 관심이 모인다.

13일 최요나 전국택배연대노조 울산지부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택배차량을 무작정 막을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에만 택배차량을 진입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고 제안했다.

최 지부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울산 남구 옥동의 한 아파트는 주민투표를 통해 택배 지상 출입 갈등을 해결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2월 15일과 16일 이틀간 단지 내 지상 택배차량 출입 관련 주민투표를 통해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가능하도록 했다.

투표에는 6개 동 총 263세대 중 216세대가 참여해 170세대(78.7%)가 동의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입주자 대표와 택배노조 간 간담회를 열고 양측 의견을 수렴했다"며 "세대수가 많지는 않아서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의 안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택배차량 출입 시간을 정해 놓았는데, 보통 오후 1~2시면 기사님들의 배송이 거의 끝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민들께서도 택배기사님들이 고생하시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서로 상생하는 방향으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 단지 내 지상 택배차량 출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4시간이다.

단지 내에서는 입주민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차량 속도를 10km/h이내로 제한했다.

공회전 금지를 위해 시동을 끄도록 하고, 동간 거리가 짧은 특성상 각 동 현관문 입구로 이동하지 않고 가운데 통로에서 정차해 물건을 이동하도록 했다.

아울러 위반사항 또는 안전사고 발생 시에는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다시 금지한다는 단서조항도 달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택배기사는 "기존에는 짐을 손수레에 실어서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배송을 했는데 차량 출입이 가능해진 후부터는 지상을 통해 배송을 하고 있다"며 "지금은 배송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아파트 주민 김모씨(39·여)는 "서울의 택배 논란 사태로 집앞까지 물건을 배달해주시는 택배기사님들께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며 "아이들이 잘 다니지 않는 시간이라 안전에도 크게 염려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9년 1월 택배차량 출입을 위해 지상공원형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의 높이를 2.7m로 정했다.

그러나 정부 지침이 나오기 전 건축 승인을 받은 아파트의 지하 출입구는 2.3m 높이로, 2.5m가량 높이의 대부분 택배차량은 지하 출입구에 진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아파트 바깥에서부터 손수레로 택배상자를 옮기거나 지하주차장 입구를 통과할 수 있는 저상차량을 사야 하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손수레로 물건을 옮기면 단지 바로 앞에 주차할 때보다 노동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저상차량을 살 경우에도 금액적인 문제와 더불어 짐을 실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들고 낮은 차고에 택배기사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

minjum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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