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니스프리는 정말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라고 속였나?

김태헌 2021. 4. 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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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페이스북 '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 그룹을 통해 A씨는 "이니스프리 세럼, 안쪽이 궁금해 갈라보니 떡하니 플라스틱 병이 나온다"며 "완전 사기, 소비자고발센터 접수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니스프리는 화장품 용기에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ttle)'라는 제품 네이밍을 적었지만, 일부 소비자는 "종이라면서 왜 플라스틱을 사용하느냐"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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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박스에 종이와 플라스틱 분리배출 안내..종이용기에도 표시
[사진=이니스프리]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지난 7일 페이스북 '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 그룹을 통해 A씨는 "이니스프리 세럼, 안쪽이 궁금해 갈라보니 떡하니 플라스틱 병이 나온다"며 "완전 사기, 소비자고발센터 접수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니스프리가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종이로 포장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것이다. A씨는 해당 게시글에 '이니스프리불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고 일부 소비자들도 불매운동 동참을 선언했다.

이니스프리는 화장품 용기에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ttle)'라는 제품 네이밍을 적었지만, 일부 소비자는 "종이라면서 왜 플라스틱을 사용하느냐"며 분노했다. 회사가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주장이다.

이니스프리는 과연, 소비자를 속이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병으로 포장한 것일까.

◆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로 속였다?

이니스프리는 포장 박스 뒷면에 플라스틱과 종이를 구분해 배출하라고 안내했으며, 종이 용기를 쉽게 벗겨낼 수 있도록 '절취선'도 만들어 놨다. 또 종이용기에도 플라스틱 분리배출을 표시했다.

다만, 제품 네이밍인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ttle)'라는 문구만 본 소비자가 이를 '100% 종이로 만든 용기'로 해석하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사진=이니스프리]

◆ '종이병(paper bottle)' 네이밍 사용은 잘못인가?

지금까지 100% 종이만 사용해 화장품 용기를 내놓은 기업은 없다. 글로벌 시장에도 100% 종이로 만든 병이 출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플라스틱량을 줄이고 종이 비율을 높인 제품을 일반적으로 '종이병(paper bottle)'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니스프리가 종이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까지는 피할 수 없다.

◆ 플라스틱 사용, 숨길 의도 있었나?

이니스프리 홈페이지의 제품 소개란에는 "종이로 된 단단하고 튼튼한 페이퍼 몰드가 감싸 이전보다 51.8% 가볍고 앏아진 플라스틱 내용기로 플라스틱은 줄이고, 재활용은 쉽게 돕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가 이를 놓쳤을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숨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홈페이지는 물론 화장품 박스에도 처음부터 플라스틱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논점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면, 이니스프리는 일부 소비자의 오해로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 용기가 오히려 '독'이 됐다.

[사진=이니스프리]

이니스프리의 '종이병 논란'을 야기시킨 A씨의 페이스북에는 이니스프리가 처음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속이려 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반박 글도 달리고 있다.

A씨는 해당 논란과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 댓글에 "플라스틱 보틀 어디에도 분리배출 표시가 안 되어 있다. '감축된 플라스틱'이었다면 유리병 제품을 쓰거나 직접 만들어 썼을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니스프리는 홈페이지, 종이박스, 종이병 용기에 플라스틱 분리배출을 알리고 있다.

A씨는 이 댓글 이후 B씨가 종이박스 포장에 재활용 방법이 적힌 사진을 올리자 "이걸 보니 저의 불찰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활용 방법보다 "'나는 종이병' 문구가 더 커 오해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을 줄인 용기를 사용했다 발생한 일"이라며 "화장품을 종이에 담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제대로 된 안내를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전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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