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 혈전 이어 노바백스 도입 차질..국산백신 개발기업 몸값↑

한경우 2021. 4. 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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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제약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접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산 백신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혈전증 논란에 휩싸였고, 노바백스 백신도 당초 계획보다 도입 시기가 늦어지게 됐다. 특히 노바백시 백신은 아직 허가받은 국가가 한 곳도 없다는 약점도 안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국산 백신 후보를 임상 3상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로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고, 이 소식이 전해지자 백신 후보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산 백신개발 지원 계획에 관련기업 주가 상승탄력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전일 대비 4300원(29.97%) 오른 1만8650원에, 셀리드는 1만4200원(17.91%) 상승한 9만3500원에, 유바이오로직스는 3500원(13.01%) 오른 3만400원에, 제넥신은 6900원(6.96%) 상승한 10만6000원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5500원(4.17%) 오른 13만75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 비대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날의 상승세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 소집한 코로나19 특별방역점검회의 내용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보건복지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 모두 5개 회사가 코로나19 백신 후보의 임상 개발 단계에 진입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임상 3상을 착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임상 지원에 약 687억원을 투입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또 피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신 개발 기업들을 돕기 위해 면역대리지표(ICP)의 빠른 확립과 활용도 지원하기로 했다.

ICP 도입으로 개발 가속화할까

특히, 회의에서 언급된 ICP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이날 백신 개발 기업들의 주가를 밀어 올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임상 참여자가 필요한 임상 3상에 대한 백신 개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ICP는 백신의 성능이라고 할 수 있는 항체가와 지속기간 등 면역원성과 바이러스 방어 효과 사이의 상관성을 분석하고, 기존에 출시된 백신과 비교해 새로 개발하는 백신의 효능을 평가하는 지표다.

임상 피험자를 백신 후보를 투여하는 군과 위약을 투여하는 군으로 나눠 백신의 효능을 입증하는 기존 방식대로 임상 3상을 진행하면 약 3만명의 피험자 규모와 필요하고 비용도 수천억원에서 1조원까지 소요되지만, ICP가 확립·도입되면 피험자 규모와 소요 비용을 각각 4000~6000명과 800억~1200억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더욱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역이 우수한 한국은 기존 방식대로 임상을 진행하면 시험군과 대조군 사이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의 백신 도입·접종 계획, 잇따른 차질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부가 국산 코로나19 백신개발 지원에 팔을 걷어붙인 데에는 해외기업이 개발한 백신의 국내 도입 일정 차질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 코로나19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복지부는 오는 6월 노바백스가 개발한 백신이 이르면 오는 6월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백신은 노바백스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공장에서 이달부터 생산한다. 당초 2분기부터 노바백스 백신이 공급될 예정이었지만, 2분기 막바지인 오는 6월에 완제품이 나오는 것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더 큰 문제는 노바백스 백신을 허가한 국가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인 노바백스가 각국 의약품 규제 당국의 행정 절차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노바백스로부터 허가 신청을 접수하면 해외 심사결과와 관계 없이 독자적으로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해외 심사 과정에서 변수가 생기면 백신 보급 계획에 더 틀어질 수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지도 않는 데다 허가도 이뤄지지 않은 백신을 국민에게 접종시키겠다고 정부가 선언하는 게 적절하지 못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왔다.

비판이 거세지자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이날 "노바백스 백신의 경우 허가 전에 도입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긴급 사용 승인을 하더라도 외국의 허가 후 승인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국내 허가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 검토를 거쳐 안전성을 평가한 뒤 백신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백신 개발 기업들의 주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과 특히 혈전증 사이의 연관 가능성을 유럽의약품청(EMA) 백신 개발 책임자가 언급한 뒤인 지난 8일부터 상승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EMA가 공식적으로 연관 가능성을 인정했고, 우리 정부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일시 보류했다가 지난 11일 재개를 결정했지만, 30세 미만에게는 접종하지 않기로 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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