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 테러 배후 이스라엘에 복수"..핵합의 복원 '암초'

김윤나영 기자 2021. 4. 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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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스라엘 방송 “정전 원인은 폭탄”…이란 “묵인 세력도 책임”
국내 정치 위기 타개 위한 네타냐후의 “위험한 게임” 분석
미 “관여 안 했다” 선그었지만…JCPOA 협상 차질 불가피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에서 발생한 의문의 정전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전의 원인이 폭탄 공격이라는 이스라엘 매체의 보도가 나오면서다. 이란은 이번 사태를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막으려는 ‘이스라엘의 테러’로 규정하고 복수를 다짐했다. 미국과 이란의 JCPOA 복원 협상도 암초를 만났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3은 12일(현지시간) 이란 나탄즈 핵시설에서 전날 오전 4시에 폭발이 발생했다면서 현장에 미리 설치한 폭탄이 정전사태의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폭탄은 나탄즈의 주요 배전선 근처에 설치됐고, 사고 당시 1000여명이 근무 중이었다. 이란 당국은 폭발물을 설치한 용의자의 신원을 확보해 수배령을 내렸다고 이란 매체 누어뉴스가 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란의 가장 중요한 핵시설에서 이란이 겪은 최악의 공격”이라고 평가했다.

이란은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JCPOA 복원을 막으려는 이스라엘의 시도”라면서 “복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방사성물질의 무차별 방출 위험이 큰 민감한 핵시설을 고의로 표적으로 삼는 것은 핵 테러이자 전쟁범죄”라면서 “이번 사태를 알거나 묵인한 모든 세력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 테헤란 남쪽에서 200㎞ 떨어진 곳에 있는 나탄즈 시설은 이란의 주요 핵시설이다. 이란은 지난 10일 구형 원심분리기인 IR-1보다 우라늄 농축속도가 10배 빠른 고성능 원심분리기 IR-5, IR-6를 이곳에서 가동시켰다. 이란의 신형 원심분리기 사용은 JCPOA 규정 위반이다. 이란은 JCPOA 협상 재개를 앞두고 향상된 우라늄 생산능력을 협상 지렛대로 쓰려 한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앞으로 9개월간 나탄즈 핵시설을 가동하기 어려워졌고 우라늄 생산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각종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려 이란을 도발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치른 총선에서 사실상 패했고, 뇌물수수와 배임 혐의로 재판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과 대립하면 국내에 쏠린 시선을 외부로 돌릴 계기가 된다고 하레츠는 분석했다. 외교적으로 네타냐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JCPOA 복원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풀거나, 중동에서 이란의 군사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을 만나 “중동에서 이란이라는 광신도 정권보다 긴급한 위협이 없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이나 바이든 대통령과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보복을 당하거나, JCPOA를 복원하려는 바이든 정부와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은 민간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 이스라엘 소유 선박에 대한 공격, 시리아 또는 예멘의 미사일 발사, 이스라엘 전략 목표에 대한 순항미사일 또는 드론 공격의 형태로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선을 그었다.

미국의 묵인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번 사태는 JCPOA 복원 협상에 복잡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에릭 브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국장은 이날 트위터에 “이란은 자국이 한발 물러서거나 압박받는 것처럼 대외에 보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번 공격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서 경직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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