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사법농단 단죄' 발언자 지목된 재판장에 "명확히 확인해야"
[경향신문]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약 3개월만에 재개된 공판에서 재판부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 재판장이 과거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졌을 때 “연루자를 단죄해야 한다”고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진상을 확인해야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13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의 공정성 확인이 목적”이라며 지난 2월 언론에 보도된 2017년 10월 김명수 대법원장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들과의 면담 자리에 누가 참석했고, 참석자 중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사람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보도 당시 “연루자 단죄” 발언자로 지목된 건 이 사건의 재판장을 맡고 있는 윤종섭 부장판사다.
조선일보는 지난 2월11일 윤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자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해서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당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에 관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표 10명을 초청해 면담했고, 당시 민사단독 판사였던 윤 부장판사도 참석했다. 윤 부장판사는 2018년 임 전 차장 사건을 맡게 됐고, 지난 2월 법관 정기 인사에서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유임됐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은 피고인 입장에서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2019년 윤 부장판사가 소송지휘권을 부당하게 남용해 방어권을 침해한다며 (당시) 재판부 기피신청한 것보다 “(지금이) 심각하다”고 표현했다. 임 전 차장 측은 2019년 윤 부장판사가 무리한 증인신문 계획을 세우는 등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했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또 김 대법원장이 탄핵소추된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을 거론하며 “그간 (김) 대법원장이 보인 태도를 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를 중형 선고하라고 하는 것으로 보여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이 부분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는 지난달 23일 사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형사32부는 형사36부와 구성원이 동일하며 재판장 역시 윤 부장판사이다. 당시 재판부는 두 사람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임 전 차장을 사실상 ‘공범’으로 지목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기일 전 임 전 차장 측에 이 ‘사법농단 첫 유죄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변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이날 “피고인에게 의견을 밝히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재판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고인의 의견을 내는 건 부적절하고, 피고인은 해당 판결에 대해 말할 게 없다”고 말했다.
윤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리한다고 한다”며 “법대에 앉아 있는 36부 구성원 모두가 103조 정한대로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각자가 판사로서 헌법과 법률따라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재판한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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