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근로자 위해 최저임금 1만원이상..코로나 위기 몰린 소상공인은 정부가 지원해야"

이윤식 2021. 4. 13. 16: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앞 사람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최저임금 1만원 이상 돼야"
※서울 종로구 효자동 139, 청와대 앞 분수대에는 매일 갖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찾습니다. 집회금지구역인 이곳에서 피켓을 하나씩 들고 청와대를 향해 '1인시위'를 합니다. 종종 노숙농성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매주 토요일, 청와대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40여개 단체의 모임인 `최저임금연대`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윤식 기자]
 "코로나19 재난에서 정부의 한시적 소상공인·자영업자, 실업자 지원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노동자가 정부의 시혜가 아니라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 안정적 생활을 유지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느냐의 얘기죠."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7일 매일경제와 만나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원 이상으로 인상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어려운만큼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박희은 부위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달 31일 '최저임금연대'의 청와대 앞 분수대 기자회견에서였습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4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계층은 임시 일용직, 비정규노동자가 포함된 저소득·비정규직"이라며 "이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로 최저임금 인상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8720원, 내년도에 이 수치가 얼마로 달라질지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협상이 이달 시작될 예정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에 처한 저소득·비정규직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 자체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타격을 입은 분들 중에는 정부 방역 지침을 지키느라 영업이 대거 제한된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많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어떻게 조율되어야 한다는 것인지 노동자단체 입장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나 '청년유니온'에서 청년 노동자들의 얘기를 듣는 것도 의미 있어 보였지만 아무래도 '발언권'이 있는 단체의 얘기를 듣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민주노총은 그간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노동자)위원 9명 중 4명을 추천해 왔고 올해부턴 5명을 추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 위원장실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는 대구성서공단 노조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5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이 많은 곳이고 최저임금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곳도 많다고 합니다. 수석부위원장을 포함 총 7명의 부위원장 중 한명으로 여성·비정규직·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사안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이번 인터뷰의 쟁점은 코로나19였습니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로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의 생활이 더 어려워졌으니 최저임금을 1만원 이상으로 인상해 그들의 생활안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임금 인상이 부담된 고용주가 고용 인원을 줄이면 직장을 잃은 노동자의 생활은 오히려 악화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박 부위원장은 "경영계는 늘 경제 위기라고 해왔다"며 "코로나19 와중에도 다수 재벌과 기업총수들은 연봉을 억대로 스스로 인상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최저임금도 받아보지 않았을 교수들이 최저임금 공익위원을 하며 경영계에 치우친 결정을 해오고 있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을 받은 사람이 공익위원에 포함돼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도 제기했습니다.

최저임금은 경영계와 노동자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입니다. 민감한 사안인만큼 인터뷰한 박희은 부위원장의 인터뷰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전합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했다. 박 부위원장은 대구성서공단 노조 출신으로 여성,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 관련 사안을 담당한다. [사진=이윤식 기자]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얼마로 요구할 예정인가요.

▶적어도 문재인정부가 2017년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최저임금 1만원' 이상은 돼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임 금액은 통계청의 가구생계비를 기준으로 검토할 예정입니다. 최저임금은 법의 취지대로 노동자와 그 가족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입니다.

-민주노총 등 4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최저임금연대는 '저임금 노동자 생활 안정을 위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임금 인상이 부담된 고용주가 고용 인원을 줄이면 직장을 잃은 노동자의 생활은 오히려 악화된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코로나19 와중에도 다수 재벌과 기업총수들은 연봉을 억대로 '셀프 인상' 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경영 악화를 주장하는 경영계의 모습과 너무 괴리가 큽니다. 대기업들이 실제로는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돈 잔치를 벌이는 동안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명줄인 최저임금은 역대 최저수준으로 인상됐습니다(2021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5%였다). 재벌체제 개혁과 중소영세사업장,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보호방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내 놔야 합니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문제가 아니란 거죠.

-코로나19 사태로 식당 운영자, 편의점주 등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타격이 큽니다. '소상공인들의 타격이 크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영세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은 '대기업·프랜차이즈 갑질'이 주요 원인입니다. 가령 편의점의 경우 1개 점포당 수용인원이 한국이 1250명으로 일본 2200명의 절반 수준입니다. 높은 임대료 역시 경제적 어려움을 주는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가 이 같은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봅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난 1년여간 고용·실업대책에 집행한 지원금이 4조7000억원 정도입니다. 이는 정부가 기업들을 돕는다고 금융지원을 해준 91조2000억원의 5.2%에 불과합니다.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인상을 해야 하는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한 저임금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들었습니다. 이 목표 실현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저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이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요?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시혜적 지원에 의존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민주노총도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고용유지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요구했지만 이것은 특수한 팬데믹 상황에서 일자리를 위협받는 노동자 보호 차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안정적 임금 확보를 통해 전체 노동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보장하라는 요구입니다.

-재계 측에서는 '기업의 연봉제 구조로 인해 최저임금을 올리게 되면 연쇄적으로 직원 전체 임금 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대기업 노동자를 포함한 민주노총 전체 임금 인상을 위한 활동'이라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사회적 임금 불평등을 줄이고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난해 1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도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불평등 축소에 미친 영향'이라는 자료에서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계층의 임금인상과 임금불평등 축소, 저임금계층 축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이 2020년 2.9%, 2021년 1.5% 인상된 것을 두고 '역대 최저수준 인상'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이는 최저임금이 2018년 16.4%, 2019년 10.9% 오른데 대한 속도조절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라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합의됐던 최저임금 1만원은 실현됐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조차 전제되지 않은 채 제도가 '개악'된 상황에서 역대 최저인상을 한 것은 속도조절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2019년 1월 1일부터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의 일정부분이 최저임금 수치에 산입됐다).

-문재인정부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이 박근혜정부(평균 7.4%)보다 높기 위해 내년도 인상률이 5.5%보다 높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전 정부의 인상률이 노동계가 인상을 요구하는 준거가 됩니까.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후보들이 모두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최저임금 인상률은 높지 않은 상황입니다(박근혜정부 연 평균 인상률은 7.4%, 문재인정부는 최근 4년간 연 평균 인상률이 7.7%다).

또 박근혜정권에서 경영계가 끊임없이 '개악'을 시도했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문재인정부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로 인한 (실질적인)최저임금 인상률은 더욱 낮은 수준입니다. 마지막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문재인정부가 답해야 할 것입니다.

-공익위원을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까.

▶지금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 면면을 보면 평생 단 한번도 최저임금을 경험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교수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들이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며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속도조절론을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익위원은 위촉 시점 기준 5년 이내 최저임금을 적용받았거나 받고 있는 자를 추가해 최저임금 당사자가 직접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노사가 공익위원을 추천하고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후보는 배제하는 방식으로 공익위원을 추천해야 최소한 형식적 중립성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윤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