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기준 공개한다는데, 권한없는 吳 공시가격 앞세운 이유는

김희준 기자 2021. 4. 1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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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조사?..과세부담 줄이는 세율조정 먼저"
제주·서초 이어 야당발 공시가격 '공격' 가세?.."효율성 따져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서울시청에서 국무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앞서 오 시장은 이날 오전에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간이진단키트의 신속한 사용허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주택 가격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 등을 요청했다. 2021.4.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서울시가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의 재조사를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가격 제도 내에서 2차례의 정정절차가 있는 데다, 보유세 부담의 근본인 '세율' 문제 대신 잘못된 사례를 근거로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공시가격을 정쟁의 빌미로 삼는 것이 아니라면, 서울시와 관련부처 간 신속한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오세훈 시장의 아파트 공시가격 재조사 '근거·목적' 빈약

13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서울시 차원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를 추진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지난 1년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며, 동결을 협의하겠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공시가를 더 급격한 속도로 올리지 않도록 (중앙정부와) 협의가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지나치게 급격하게 세금부담을 늘리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공시가격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원희룡 제주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에서도 아파트 가격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제주도와 같이 지자체의 권한이양을 강조한 셈이다.

문제는 오 시장이 뚜렷한 권한없이 많은 비용과 시일이 걸리는 공시가격 재조사를 추진하는 근거와 명분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앞서 서초구가 제시한 서초동 A아파트의 공시가격 오류사례를 근거로 한다면 근거 자체가 빈약해진다. 서초구가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1.2배 높다고 주장한 서초동 A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0월 거래금액이 12억6000만원에 달한다.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15억3800만원으로 언뜻 '현실화율 122%' 라는 주장이 타당해 보이지만, 해당 거래가 단 1건 밖에 없는 데다 비슷한 시기 전셋값이 11억원으로 거래가격과 거의 차이가 없다. 올해 초 실거래가격은 17억원이다. 국토교통부의 설명처럼 '이상거래'일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시스템상 지자체와 집주인은 의견청취와 이의신청 등 2차례의 절차를 걸쳐 과다책정된 공시가격을 수정할 권리를 준다. 올해엔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시가격 책정기준도 함께 공개된다. 높은 공시가격은 시세의 90%에 맞춘다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기초한 것이라 사실상 예고된 것이다.

시세와의 차이를 최소화해 개별 주택간 공시가격 차를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다. 굳이 국민들이 느끼는 보유세 부담의 근본 원인을 묻는다면 공시가격 급등을 사전에 예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맞춘 세율 조정을 등한시한 기획재정부 등 과세당국에 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8주 만에 다시 확대했다. 최근 안정세를 보인 서울 부동산은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로 강남권 재건축 시장 매수세가 늘며 다시 상승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최근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 1·2차 전용 131㎡ 호가는 40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3월 실거래가(36억5000만원)보다 3억5000만원 오른 수준이다. 이 밖에 강남구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도 호가가 1억~2억원 상승했다. 사진은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모습. 2021.4.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정쟁 확산 목적 아니라면 세율조정부터 협의해야 국민부담 신속해결"

이를 사전에 파악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서울시장 후보 공약에서 공시가격의 인상분만큼 세금부담을 낮추는 방법으로 세율조정안을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공시가격 급등을 꼬집는 것으론 근본해결이 될 수 없음을 간파한 것이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도 지난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올해 세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 이 중 92%에 달하는 6억원(공시가격) 이하 1가구 1주택의 세부담을 낮춘 상태"라면서도 "6억원 문턱을 넘은 39만채로 올해 많게는 50만원가량 세부담이 늘어나 내년에 더 오른다면 세제측면의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제보완'이 세부담 해소방법임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서울시민에게 부과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부담을 신속하게 걷어내길 바란다면, 당장 세율조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2차례의 검증절차가 있는 공시가격을 수십여일의 시간이 걸리는 재조사를 통해 또 검증하고 한차례의 검증을 더 하는 것은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건축규제 완화 등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대척점에 선 오 시장의 행보가 문제 해결보다 논쟁을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3월부터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며 공시가격 책정의 지자체 이관을 쟁점화하고 있는 서초구와 제주도의 지자체장이 모두 야당이고, 이번에 야당 후보인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서 공교롭게도 같은 맥락에서 공시가격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며 "집값안정과 국민부담 최소화가 목표라면 적어도 어느 방안이 최선인지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공시가격이 급등한 만큼, 국토부도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수용에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종시 등 일부 지자체는 공시가격이 70% 넘게 올랐는데, 투자자가 아닌 실수요자인 1주택자인 경우, 집값상승이 실생활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부담만 가중되는 꼴"이라며 "방어적인 검증보단 집주인의 불만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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