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도 체제' 고민하는 국민의힘.. 야권 통합 변수 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체제 문제는 늘 새로 지도부를 꾸릴 때 문제가 된다"며 "앞으로 전당대회를 앞두고 활발한 논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기 지도부 구성을 앞둔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집단지도체제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초청 강연에서 집단지도체제를 두고 "(전당 대회에서) 1등을 한 사람이 아니면 지도부에 못 들어가는 지금 체제보다는 5등 안에 들어간 사람이 목소리를 내면서 대선 관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끌어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에 대권 후보인 유 전 의원이 당 지도부에 자기 세력을 넣으려고 집단지도체제를 언급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금 집단지도체제를 이야기하는 쪽을 보면 대선 후보들이 당권이나 당 지도부에도 자기 대리인을 심으려고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그걸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정치하려는 사람들이 자기 뜻을 펼치려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단일지도체제를 운용 중이다. 당헌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 대표는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 당직자 인사에 관하여 임면권 및 추천권을 가진다.(25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구분해서 지명한다.
집단지도체제에서는 최고위원회 선출 절차만을 진행하며 최다 득표자가 '대표 최고위원'으로 지명된다. 차점자들은 최고위원이 된다. 대표 최고위원은 다수결 등 최고위원회 구성원들과의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당무를 집행하며 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한다.
지도체제를 개편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도체제 변경에는 당헌 개정이 필요하다. 당헌을 바꾸려면 전국위원회를 개최하여 재적 대의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당내에서 집단지도체제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도 있었다. 국민의힘 재선의원들은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모임을 열고 현행과 동일한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재선의원 간사를 맡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the300과의 통화에서 "늦어도 11월 8일까지는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하고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면 후보 중심의 당 지도체제가 형성된다"며 "새로 선출될 당 지도부, 당 대표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는 길어야 3~4개월 정도에 불과해 굳이 집단지도체제를 할 이유가 뭐가 있냐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이 문제(지도체제 개편)에 대해 섣불리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좀 더 연구해보자는 극소수 의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도체제 개편을 자강론 대 야권대통합의 시각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단일지도체제는 당 대표라는 하나의 강력한 중심이 있어 국민의힘 스스로 강해지는 '자강론'에 알맞지만 다양한 세력을 포용하는 대통합에는 집단지도체제가 낫다는 것이다.
단일지도체제에서는 당 대표가 당을 중심으로 개혁과 혁신을 추진하기가 쉽다. 앞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은 바깥을 기웃거리지 말고 내부를 단속해서 자생력을 갖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자강론'을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반면 안철수·윤석열·홍준표 등 당외 인사들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다면 당 대표 한 사람의 권한이 막강한 단일지도체제는 불리할 수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 원장은 "집단지도체제는 실질적인 지분을 주기 때문에 많은 세력이 결집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안철수 대표 등에게도 그냥 대권 후보로 오라고 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당 지도부) 몫을 주며 합치는 게 더 강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한 사람이 권력을 강하게 잡으면 당외 비주류 세력은 발 디딜 틈이 없다"며 "마침 당내 세력이 다양화 됐고 외부 인사가 계속 들어오게 하려면 문턱을 낮춰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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