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공세에 서울·제주 등 재산정·동결 가능할까
지자체 이양‧가격 동결 등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
정부와 야당(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 간의 공시가격 전쟁에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서울시와 제주도, 부산과 대구광역시 등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공시가격 재조사와 결정권의 지자체 이양 등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고가주택은 물론 저가주택을 보유한 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에 주력하고 있는 정부이지만 국민 반발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야권 지자체장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 공시가격 급등하자 반발도 커져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19.08%로 2007년(22.7%)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에도 6.17대책과 7.4대책 등 규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304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 현상이 나타나며 집값이 급등했고 공시가격 현실화율 개선이 더해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공시가격과 시세와의 격차가 크다(낮은 현실화율)는 문제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특히 고가주택보다 저가주택의 현실화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세금부담이 더 큰 역전 현상은 조세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는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개선에 주력하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공시가격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주요 타깃으로 삼은 다주택자 압박 카드로도 작용했다. 다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의 대상이 되는 까닭에 공시가격이 상승하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1주택자와 비교해 압도적인 수준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가주택은 물론 저가주택도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반발도 커지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공시가격 쇼크, 서울보다 '세종'·강남3구보다 '노도강'(03.15) 정부는 이들의 재산세가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재산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 실제 재산세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속적인 공시가격 상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서울 집값이 소형 평수도 10억원에 달하면서 종합부동산세를 내야하는 주택이 늘어난 것은 중산층의 반발을 키웠고, 야당의 표적이 됐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주택 종부세 납세자는 29만1000명으로 2016년(6만9000명)에 비해 4.2배 증가했다. 종부세 납세자 중 1주택자 비율도 43.6%로 매년 증가했고, 현 추세라면 다주택자보다 1주택자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훈 의원은 "다주택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종부세가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으로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 민심 등에 업고 뒤집을 수 있을까
4.7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압승은 공시가격 재조사 등을 주장하는 야권 지자체장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부동산 가격공시에 대한 전면 재조사 및 정부 결정권 지자체로의 이양 촉구' 기자회견을 열며 포문을 연데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시가격 재조사와 동결 등을 주장하면서 정부와의 대립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부산과 대구광역시, 경북도 등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도 공시가격에 대한 입장 표명에 함께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제주도와 서초구가 제시한 공시가격 오류사례에 대해서도 오류 주장 자체가 타당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국토교통부는 해명했다.
한 감정평가사는 "공시가격 산정은 전국의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100% 정확하기는 어렵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공동주택은 주변 실거래가를 비롯해 표준화된 부분이 있어 다른 부동산에 비해 비교적 정확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보다 낮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현실화율이 100% 이상이라고 주장한 경우 등을 보면 지자체가 오류사례로 주장한 것보다 국토부 해명이 좀 더 납득되는 게 사실"이라며 "대규모 오류가 발견되는 게 아니라면 동결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결정권 지자체 이양과 관련해서 국토부는 "지자체 특성에 따라 공시가격이 달라질 수 있고, 20대 국회에서 대다수 지자체가 반대한 바 있다"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지금 공시가격 문제는 단순히 재산정과 결정 권한의 지자체 이양으로 끝나는 상황이 아니다"며 "1년에 걸쳐 산정된 공시가격을 다시 조사하기 위한 인력과 비용 문제 뿐 아니라 재산정된 가격이 기존 가격과 차이가 클 수 있는데 국민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공시가격은 보유세 뿐 아니라 각종 복지수급과도 연계돼있고, 이는 지자체 뿐 아니라 중앙 정부 소관인 것들이 많아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자체로 이양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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