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반도체 웨이퍼 들고 "공격적 투자필요"..삼성의 선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가 참석한 반도체 긴급 대책 회의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견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양국 모두 중요할 수 밖에 없는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 삼성의 고민이 가중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에 대한 견제 의지도 노골적인 수준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3명의 상원 의원과 42명의 하원 의원들의 서한을 소개하면서 "중국은 반도체 공급망의 방향을 바꾸고 지배할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면서 "중국 등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으며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미 정부 측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이 참석했다.
업체로는 삼성전자와 인텔, 대만 TSMC를 비롯해 알파벳, AT&T, 커민스, 델, 포드, GM, 글로벌 파운드리, HP, 메드트로닉, 마이크론, 노스롭그루만, NXP, 패카, 피스톤그룹, 스카이워터기술, 스텔란티스 등 19개사가 참여했다. 삼성전자에서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에서 벌어지는 미중 패권 전쟁은 삼성에 심각한 고민을 안긴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중국의 반도체 개발을 견제하는 방법으로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강조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 공급망을 재점검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기조가 이번 회의에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삼성전자 등 직접 참석한 기업들은 '미국 편에 서라'는 직접적인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백악관은 회의 직후 낸 참고자료에서는 "앞으로도 반도체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동맹국 및 파트너와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동시에 중국 산시성 시안의 공장에서도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면 당장 불똥이 튈 수 있는 구조다. 미국 정부는 현재 블랙리스트로 지정된 일부 중국 업체에 대해서만 장비 수출을 제한하고 있지만, 중국에 있는 업체 전체로 규제가 언제든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하이닉스도 장쑤성 우시에 있는 공장에서 D램을 만들고 있다.
투자 지역과 시점,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미중 역학관계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번 회의로 검토 중인 미국 투자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부담을 안는 동시에 중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삼성전자는 약 20조원을 투자해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새로 짓기로 하고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 텍사스, 뉴욕, 애리조나 주정부와 투자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해달라는 요구가 이뤄진다면 마냥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고 있지 않다. 스마트폰용에 비해 제조·품질관리가 훨씬 까다로운 반면 수익률은 적기 때문이다. 생산라인의 품목을 변경하는 것은 가능하긴 하지만, 제조공정 구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 양산까지 걸리는 기간이 상당해 수급 상황 등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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