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가로막힌 민주당 쇄신..강성 지지층에 무릎 꿇나
(시사저널=박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쇄신론이 조국 앞에서 멈춰섰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에서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조국 사태 성찰론'을 언급하며 반성한 초선의원들은 강성 당원들에게 '좌표'가 찍혀 문자 폭탄으로 몸살을 앓았다. 친문(親文)계 의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자성과 쇄신으로 선거 참패 후유증을 수습해야 하는 여권은 또 다시 '조국 정국'에 휩싸인 채 격동의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민주당 쇄신안에서 금기어 된 '조국'
민주당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의원들은 당내에서 '조국 이슈'가 재점화 된 것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차기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국 사태에 대해 "저도 여러 생각이 있지만 하나씩 잘라내서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당권에 도전하는 4선 홍영표 의원은 전날 동일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조 전 장관 (딸) 입시비리 문제의 사실관계는 재판을 통해 확정될 것이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공감하는 데에 있어서 우리가 안이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우 의원은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강성 당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홍 의원은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민심의 분노를 받아들인다는 정면 돌파에 나서며 엇갈린 대응을 보였다.
이번 사태는 최근 민주당 2030 초선 의원들이 선거 참패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는 성명서를 내면서 촉발됐다.
성명서를 낸 직후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은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는 등 당 안팎의 비판에 시달렸다. 급기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들 의원을 '초선 5적'이라고 부르는 글이 줄을 이었다. 강성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국 사태를 이번 선거 결과와 연결하는 건 맞지 않다는 반박도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일부 강성 세력이 막고 있다는 질타도 나왔다.
실제로 이번 일이 있은 후 민주당은 더 이상 조국 사태를 언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3선 중진 의원들이 첫 공식 모임을 갖고 당 수습 방안에 대해 철저한 반성을 언급해지만 조국 사태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민주당 초선 의원 81명 모임인 '더민초'도 12일 모임에서 이번 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한 가운데, 조국 사태와 관련한 논의는 배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날 열린 재선의원 간담회에서는 혼란스런 당내 분위기를 반영하듯 조국 사태를 사과문에 포함할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결국 조국 사태의 구체적인 책임을 묻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초선의원들의 성명서보다 반성 수위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 혁신 못 하고 분열 가속화하나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은 과도한 '조국 수호'가 선거 참패로 이어진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른바 비문(非文)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국 사태 반성문을 쓴 초선 의원들을 지지하는 입장 표명이 이어진 것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2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친문 일변도였던 당의 태도를 지적하며 "일부 당심(黨心)으로 대표되는 의견이 너무 과다대표 됐다"며 "소위 강성 의원들이 지나치게 휘둘렸다는 점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강경 친문 세력의 이선 후퇴 주장하며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성토했다.
조국 사태 재소환이 당 혁신이 아니라 여권 분열만 가속화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 패인과 혁신 주체를 둘러싼 논쟁은 당의 방향성에 대한 주도권 다툼 성격이 강하다. 현재 초선 81명·재선 49명 등 130명으로 전체 민주당 의석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초·재선 그룹이 세력화 움직임에 나서면서 친문계가 중심이었던 당내 정치 지형도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또 차기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노선 투쟁이 부각될 경우 민주당의 '자성과 쇄신' 의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사태를 둘러싼 내홍이 노선과 가치에 대한 건강한 당내 논쟁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권의 분열된 목소리가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동 앞에서 자위하던 50대, 17년전 아동성추행 사건 용의자였다 - 시사저널
- 7개월 동안 50번도 넘게 고개 숙인 日 스가 - 시사저널
- 암·치매·당뇨 예방에 다이어트까지…수많은 녹차의 효능들 - 시사저널
- 용산참사 책임자가 자치경찰위원?…“살인진압에 훈장” 비판 - 시사저널
- 몸에 좋다는 견과류, 과하게 먹으면 안 되는 이유 - 시사저널
- ‘반려동물 파양 논란’에 휩싸인 스타들 - 시사저널
- 밤에 먹는 ‘야식’이 더 살찌게 되는 이유 - 시사저널
- 여성, 경미한 불면증도 방치하면 ‘위험’ - 시사저널
- 체중의 5%만 빼도 나타나는 ‘건강한’ 신체변화 5가지 - 시사저널
- 벚꽃 폈는데…유독 춥게 느껴진다면 혹시 ‘이것’ 때문?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