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결국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결정.. 파국 치닫는 한일관계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김정근 기자 = 장기간 경색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한일관계가 '돌파구'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기로 최종 결정하면서다.
한일 양국은 지난 수년간 일본 기업·정부를 상대로 한 우리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배상 판결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일본 정부가 징용피해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2019년 7월 우리나라를 상대로 전략물자 등의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취한 이후 양국 간 갈등은 경제·안보 분야 등으로까지 전 방위로 확산됐다.
그러던 중 일본 정부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출 결정까지 강행하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과 별개로 국내 반일감정이 한층 더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日, 안전성 우려 불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바다에 버린다"
일본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다. 그러나 사고 때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 주입과 외부 지하수 유입 때문에 현재도 원전건물 내에선 하루 140톤 안팎의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어, 도쿄전력은 원전부지 내 약 23만㎡ 공간에 설치한 물탱크에 이 오염수를 보관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2022년이면 물탱크가 포화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도쿄전력 자체 분석을 근거로 2019년부터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 소위원회를 통해 그 후속 처분방안을 논의해왔고, 결국 13일 오전 스가 요시히데 총리 주재 관계각료회의에서 '오염수를 정화·희석해 바다에 버린다'는 내용의 처분방안을 확정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로서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우리 국민 안전과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해왔던 상황.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긴급 소집한 관계차관회의 결과 브리핑에서도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주변국 안전과 해양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양해 과정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구 실장은 특히 일본 측을 상대로 "일본에 원전 오염수 처리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검증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에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에 대한 우려와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그 안전성 여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객관적 검증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비해 Δ우리 해역의 방사능 유입 여부를 감시하고, Δ일본산 수산물 등의 원산지 단속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日, 한국 등 상대로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규제 철폐' 압박도 계속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 방출에 따른 환경피해 등 우려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출 결정은 "6년간에 걸친 전문가 검토와 IAEA의 과학적 평가를 근거로 한 것"이라며 그 안전성 검증 요구에 대해서도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후쿠시마산 수산물 등의 식품 수입규제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자료를 보면 원전사고 직후엔 전 세계 54개 국가·지역에서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올 4월 현재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등 5개 국가·지역뿐이다.
일본 측의 지속적인 로비에 힘입어 그동안 39개 국가·지역이 관련 규제를 철폐했고, 미국·유럽연합(EU) 등 10개 국가·지역에선 식품 안전에 관한 인증서 첨부 등을 조건으로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을 재개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 또한 이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에 대해 "일본이 여러 선택지와 효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결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원자력 안전 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제공조를 통해 대응하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IAEA도 앞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출 문제과 관련해 "기술적 관점에선 국제사회의 관행에 부합한다"(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일관계가 안 좋다보니 (우리 정부도) 국민감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은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국민에겐 불안감이 있다. 일본이 우리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하면 국민들을 안정시키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대응해가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이날 오후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에 대해 항의했다. 아이보시 대사가 초치된 건 올 2월 부임 이후 처음이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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