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 과학적 해법 찾다] ⑦ 자가검사키트, 과학은 '보완재'라는데..정치는?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두고 개인이 직접 자신을 검사할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 도입 논란이 뜨겁다. 신속진단키트, 코로나바이러스 진단키트, 자가진단키트, 간이진단키트 등 용어도 여러 가지로 혼용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자가검사키트’로 통일했다.
과학적 관점에서 자가검사키트는 보완재에 불과하다. 보완재 성격인 ‘자가검사키트’가 최근 정치적 이슈로 중심재로 떠오르면서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 자가검사키트가 ‘보증수표’처럼 받아들여지는 정치적 해석이 앞서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 시장에 당선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방역현장에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신속진단키트(자가검사키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검체 채취방법이나 검사방법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에 쓰고 있는 유전자 증폭검사(PCR)보다 자가검사키트 정확도와 민감도는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자가검사키트, 민감·정확도 떨어지는 이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자가검사키트’ 도입에 불을 지피자 정부도 입장표명을 하고 나섰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12일 “자가검사 활용 가능성이 커지는 방역상황 변화에 맞춰 자가검사키트의 신속한 도입을 지원하겠다”며 “자가검사키트의 개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가검사 지침을 마련하고 허가 신청 이전부터 전담심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치료센터와 임상 기관을 연계해 임상 검체의 확보를 지원하는 등 통상 8개월이 걸리는 개발 기간을 두 달 이내로 단축하도록 관계 부처와 함께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가검사키트는 100% 보완재로 사용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자가검사키트 결과를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활동의 중심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 주장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와 정확도는 매우 낮다”며 “스스로 검사해서 가짜 음성이 나오거나 가짜 양성으로 진단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가검사키트 결과를 100% 신뢰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자가검사키트 민감도와 정확성이 낮은 데는 이유가 있다. 자가검사키트는 의료인이 아닌 자신이 직접 검체를 채취해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PCR 검사에서 의료인이 하는 방식은 ‘비인두도말(굉장히 깊숙한 코안 쪽)’이다. 인두와 인후부까지 포함해 검체를 채취한다.
실제 이 검사를 받은 시민은 “검체 채취를 위한 면봉이 코안 쪽으로 얼마나 깊숙이 들어오는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인두도말 채취 방식을 자신이 스스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주로 자신이 직접 하는 자가진단키트에서는 비강(콧구멍) 검체일 수밖에 없다. 타액, 침을 이용해 검사하는 게 대부분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검체 채취방법이나 검사방법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PCR 검사법보다는 자가검사키트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가검사키트는 검사의 접근성을 높이고 또 스스로 검사를 해 선별적 목적으로 검사를 하는 것에 목적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가검사키트 도입→유흥업소 영업 연장
의료 전문가들은 자가검사키트를 통한 검사 이후 노래방, 유흥주점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을 두고 매우 큰 우려를 나타냈다. 심지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교수는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와 민감도가 매우 낮은데 이를 마치 ‘보증수표’처럼 사용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가짜 음성’ ‘가짜 양성’으로 진단되는 경우 유흥업소와 노래방 등을 통해 감염이 확산하면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세훈 시장은 자가검사키트 도입으로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곳에 방점을 두고 있다. 자가검사키트 도입과 식당, 노래방, 유흥주점 연장 영업 등을 두고 관계자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서울형 거리두기’ ‘상생 방역’을 하겠다고 나섰다.
정기석 교수는 “방역전문가와 의료인이라면 ‘자가검사키트 도입에 따른 유흥주점 등 연장 영업과 출입허용에 대해 찬성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과학적이고 의료적 관점에서는 ‘오세훈식 상생 방역’은 문제 해결 접근법이 아니며 정치적 의견이 앞서는 정책이라고 해석했다.
미국과 브라질 등은 과학적 접근보다 정치적 해석을 앞세운 나머지 코로나19 방역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 왔다. 13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 1억3천666만3천803명 중 미국이 3천126만7천377명으로 가장 많다. 브라질은 1천3천517만7천808명으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시가 자가검사키트 도입으로 음식점 등의 영업이 연장되면 수도권의 수많은 사람이 서울로 몰려들면서 또 다른 집단감염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오세훈식 상생 방역’은 자칫 코로나19 차단과 극복이 아닌 ‘코로나19 감염 대유행’의 촉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가검사키트 사용은 하루 확진자 수천명 이상일 때
정기석 교수는 “자가검사키트는 노래방이나 유흥주점 등을 출입하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일일 확진자가 수천명에 달했을 때 검사 인원을 선별하기 위해 필요한 보완재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확진자가 수천명에 이르고 접촉자가 수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PCR 검사로 신속한 진단이 물리적으로 어려울 때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때 자기 스스로 검사한 뒤 문제가 발견됐을 때 PCR 검사로 바로 직행할 수 있도록 ‘보완재’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최근 하루 감염자가 600대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방역 당국의 PCR 검사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자가검사키트를 유흥업소 영업 연장과 출입을 위한 수단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의 전문가 “업체 로비와 민주당 지자체장들의 하소연이 한 배경”
최근 자가검사키트 도입 논란이 갑자기 부상한 것은 오세훈 시장이 불을 지폈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 외에 자가검사키트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의 로비와 지자체 단체장들의 하소연도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의 한 의료 전문가는 “특정 소도시를 중심으로 자가검사키트를 무료로 공급하겠다는 등 지자체를 대상으로 매우 집요한 로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료로 공급해 시민들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문제가 없겠는데 이후 이를 계기로 자사 제품을 팔아먹기 위한 전초전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지자체 단체장들의 ‘자가검사키트’ 도입 목소리도 한몫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문가는 “최근 민주당 소속, 작은 도시의 한 지자체장이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화를 해 왔다”며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와 정확성 등 여러 문제점을 자세히 설명했는데도 그는 자가검사키트 도입 입장을 꺾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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