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윤종섭 "사법농단 판사 단죄" 발언에 사실조회 요청
2017년 김명수 면담 내용 관련 보도에 대한 사실조회 요청
이규진·이민걸 판결 의의 묻는 재판부 요청에도 "말씀드릴 것 없어"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3개월 만에 재개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재판에서 임 전 차장 측이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를 겨냥한 사실조회 신청을 냈다. 윤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에서 “사법농단 연루 판사를 단죄해야 한다”고 발언한 언론 보도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취지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부의 공판 준비 명령서에도 재판부 신뢰 관련 문항에 의견을 내지 않았다.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12일 재판부를 통해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사실조회 신청을 냈다. 지난 2월 나온 조선일보 보도의 진위 여부와 구체적인 사실을 알려달라는 취지였다.
조선일보는 윤 부장판사가 지난 2017년 10월 김 대법원장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표 10명과의 면담자리에서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해서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발언 이후 이듬해 윤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전담 재판부로 신설된 형사36부에 배치됐다는 내용이다. 이에 임 전 차장 측은 보도 속에 등장한 면담이 실제로 있었는지, 참석자는 누구이며 어떤 말이 오갔는지에 대해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임 전 차장이 이 보도를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김 대법원장의 태도를 보면 사법행정권 남용 연루 판사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라는 의중이 미칠 수 있다고 보기 충분하다. 공정성 우려 해소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이미 대법원에서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해 기각이 확정된 바 있어 재판부 공정성 논란은 해소됐다고 본다”며 “사실 조회 신청에 기재된 사항 관련해서 공정성에 대한 새로운 의문 제기라고 보이지 않고 공소사실 입증에도 영향 주지 않는 부분이라 기각이 상당하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 측의 의견서를 받고 향후 사실조회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임 전 차장 측은 공판 준비 명령에 대해서도 재판부를 향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8년 기소돼 이미 공판이 89차례에 걸쳐 진행됐지만 재판부는 향후 있을 재판 진행 일정을 다시 정리하고 그 사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서 첫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을 두고 검찰과 임 전 차장 측 의견을 듣기 위해 이날 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지난달 31일 검찰과 변호인 측에 발송한 공판 준비 명령을 통해 몇 가지 의견을 물었다. 지난달 23일 같은 재판부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 재판부 기피사유에 해당하는지와, 해당 유죄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등을 물었다. 재판부는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위원과 이 전 실장의 판결문에서 임 전 차장을 여러차례 공모자로 언급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차장 측은 “관련 사건 판결문을 아직 본 적이 없다”며 “관련 사건 판결 선고의 의미에 대해 말하라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다소 의문이 있고, 의견 내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본다.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대로 검찰 측은 “이 전 위원과 이 전 실장의 판결은 참고 판결에 불과하다는 게 기본적 입장이다”며 “관련 사건과 상당 부분 겹쳐서 재판부가 이 사건 쟁점에 대한 잠정적 심증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말 그대로 심증에 불과하고, 재판부는 관련 사건 판결에 귀속되지 않고 본 건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윤 부장판사는 “재판은 소송관계인들의 재판부에 대한 신뢰 속에 진행돼야 하고 그 신뢰를 얻고자 했다”며 “관련 사건의 판결을 선고했다고 해서 이에 귀속돼 향후 심리를 진행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 부장판사는 재판 말미에 “대한민국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한다”며 “형사36부 구성원 모두가 헌법에서 정한 법관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각자가 판사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웅 (saint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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