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오나, 온갖 산새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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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지저귀며 계절을 알리고 해충을 잡아먹어 생태계를 지켜주던 산새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여년 사이 남한에서 번식하는 가장 흔한 육상조류 52종 가운데 20종이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에 참여한 최창용 서울대 교수(산림환경학)는 "흔히 생물다양성 감소를 막기 위해 멸종위기종 보호에 나서지만 실제 식물의 수정, 종자 퍼뜨림, 해충 조절 등과 같은 생태계의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은 대부분 흔한 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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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사이 육상조류 52종 중 20종 감소..청호반새 95% 격감
'노래하는 새' 멧새도 12종 중 6종 줄어.."소리경관 사라질 판"
숲에서 지저귀며 계절을 알리고 해충을 잡아먹어 생태계를 지켜주던 산새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여년 사이 남한에서 번식하는 가장 흔한 육상조류 52종 가운데 20종이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하천과 습지 주변에서 흔하게 관찰되던 청호반새는 95%나 줄어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절반 또는 그 이상 줄어든 종은 한반도 주변에서만 번식하는 흰눈썹황금새(66%), 물가 숲에 서식하는 호반새(73%), 노랑때까치(59%), 검은등할미새(46%), 두견(56%), 매사촌(52%) 등 7종에 이르렀다.
이런 사실은 김한규 미국 오리건주립대 박사과정생 등 국제 연구진이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수행한 전국 자연환경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1997∼2005년 조사와 2013∼2019년 조사에서 드러난 새들의 출현율 변화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했다.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생태학 및 진화 최전선>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에 참여한 최창용 서울대 교수(산림환경학)는 “흔히 생물다양성 감소를 막기 위해 멸종위기종 보호에 나서지만 실제 식물의 수정, 종자 퍼뜨림, 해충 조절 등과 같은 생태계의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은 대부분 흔한 종”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멧비둘기, 딱새, 박새, 까치 등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연구자인 김한규씨는 “멧비둘기와 아주 유사한 유럽멧비둘기도 한때 서유럽에서 매우 흔해 생물자원으로 중요했지만 현재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멸종위기종 3∼4종을 지키는 데 노력을 집중하는 사이 생태계에서 중요한 흔한 종 30만∼40만마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꼬까참새 사례를 들었다. 중국과 동남아를 이동하는 철새인 이 새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흔해 태릉과 김포 등에 수천마리가 무리 지어 찾아왔지만 참새구이용으로 대량 포획하고 농약 살포와 서식지 교란으로 요즘엔 관찰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심각하게 줄어든 청호반새는 대규모 하천개발과 소하천 정비사업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김씨는 “상위 포식자인 청호반새는 작은 하천이나 저수지, 해안 주변에 노출된 흙벽과 절개지에 구멍을 파 둥지를 만드는데 이런 곳이 각종 개발사업과 방재시설 공사로 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름 철새인 청호반새가 월동지나 이동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베트남, 중국, 홍콩, 인도 등에서도 청호반새는 감소 추세를 보인다.
연구자들은 “감소 추세가 큰 7종에 대해서는 보전 실태와 법적 보호수준이 적절한지 즉각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장거리 이동을 하는 새들의 감소 원인을 파악해 관리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도 요청된다”고 밝혔다.
한편 최 교수 등은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 대표적 산새인 멧새류 12종 가운데 6종이 감소하고 있음을 지난해 과학저널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에서 밝힌 바 있다. 특히 텃새인 멧새와 노랑턱멧새 감소가 뚜렷해 국외에서의 남획 등이 아닌 국내 번식 환경 악화가 감소 원인일 것으로 추정됐다.
최 교수는 “지저귀는 산새가 많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농촌 어디서나 소리를 들을 수 있던 종다리를 비롯해 제비, 멧새 등이 이루던 다양한 소리 경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 DOI: 10.3389/fevo.2021.62776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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