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스웨덴 아동들

정수지 2021. 4. 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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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아동 언어치료, 각 지자체마다 치료 혜택에 차이를 보여  

학교와 지자체 측, 언어 장애 아동 교육에 대한 지식 부족해


최근 스웨덴에서 언어 장애를 앓고 있는 학생들이 치료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이러한 학생들을 도와야 할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학교 측은 언어장애 관련 지식과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실어증 협회에서 2019년에 발행된 언어 장애에 관한 정보 책자인 ‘DLD(발달언어장애), 언어 장애 가족들을 위한 정보’에 따르면 언어 장애와 DLD는 전체 어린이와 청소년의 약 7-8%에서 발견된다고 전했다. 이는 약 30명의 학급으로 치면 2명의 아이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책자의 저자인 의과대학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 언어치료 연구원 안나 에바 할린 (Anna Eva Hallin) 박사는 “모든 어린이의 약 7%가 언어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장애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매우 흔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장애 


스웨덴 아동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언어 장애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에 관한 문제이다. 또래 아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모국어를 배우기 어려우며, 특히 나이에 따라 다른 형태로 장애가 드러난다. 어린 나이에는 발음, 어휘, 문장 구성 문제가 두드러지며, 학년이 높아질수록 난독증과 소통에 이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와 같은 언어 및 발달 장애는 BVC(barnavårdscentral:영유아 의료센터)의 아동 발달검사를 통해서 발견된다. 보통 6세가 될 때까지는 지역의 언어 치료 클리닉에서 도움을 받지만,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 언어 클리닉 퇴원 조치를 받는 상황이다. 결국 이들은 언어 장애를 그대로 가지고서 학업을 시작하게 된다.


지역에 상관없이 동등한 지원 필요


스웨덴에서 언어 장애 아동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거주 중인 행정 구역에서 이루어진다. 치료에 대한 관할은 지자체에서 있지만 언어 장애 지원에 대한 법적인 요건이 사실상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각 지자체마다 치료 혜택이 다르다. 


예를 들어  외레보(Örebro) 지역은 언어, 청각 장애 치료사가 학교에 고용되어 있기 때문에 언어 장애 아동들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융비(Ljungby) 지역에 거주 중인 7세 어린이 엘사 두레헤드(Elsa Durehed)는 언어 장애를 앓고 있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지역은 학교 내에 연결된 전문 치료사가 없기 때문에 별도로 치료를 원한다면 부모가 치료비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스톡홀름 주에는 언어 치료가 10세부터 무료로 제공되지 않는다. 


스웨덴 국영방송 SVT 뉴스 취재에 따르면 몇몇 지자체만이 학교 내에 언어 치료사를 고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언어 장애 아이 중 소수만이 학업을 이어가며 무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지자체에는 언어 훈련을 담당하는 특수 교육자가 있는 반면에 일부 지자체는 1년 정도 언어 장애에 대한 보충 교육을 받은 교사 혹은 건강 분야의 상담자, 간호사가 도움을 주고 있다. 지자체마다 언어 장애에 대한 지원이 다르다 보니 학생들이 동등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언어 장애 아동 교육에 대한 지식 부족


2018년 스웨덴의 지자체 및 지역 조직 (SKR)에서 스웨덴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건강 상황’ 조사에 따르면 지자체의 81%가 언어장애 학생 지원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2018년 스웨덴 특수 교육 기관(SPSM)에서 전국의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절반 이상의 학교가 언어 장애가 있는 학생이 학습 목표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웨덴 특수 교육 기관의 전문 언어치료사 마리카 하베(Marika Habbe)는 학교에 다니면서도 언어장애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해당 아동들을 지속적으로 치료해 주고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학교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스웨덴의 학교 중 상당수가 언어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 언어 치료사 및 언어 관련 전문가의 접근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러 설문 조사를 통한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전국의 학교와 지자체는 언어 장애에 대한 지식이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학교 수업은 구어와 문어를 이해해야 하는 언어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 장애는 학습에 치명적인 지장을 줄 수 있다.


언어장애 아동들은 일반 학생들보다 학습 목표를 정상적으로 수행해 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학년이 높아질수록 더 높은 언어 수준이 요구되기 때문에 학습 이해와 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실상 ADHD, 자폐증과 같이 잘 알려진 장애에 비해 언어 장애의 인식은 일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특히 행동장애처럼 장애 정도가 잘 드러나지 않아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학교 내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언어 장애는 초기에 치료가 되지 않으면 평생 지속되는 문제이다. 장기적으로는 정신 질환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스웨덴은 현재 열 명 중의 한 명이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언어 장애로 고통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회복지 국가로 누구나 평등하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스웨덴. 하지만 모두를 위한 의료체계가 눈에 띄지 않는 장애까지 포용하기엔 버거운 것일까? 스웨덴 언어장애 학생들의 동등하게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 예테보리 = 정수지 글로벌 리포터 suji.jung@me.com


■ 필자 소개

작가/문화칼럼니스트

현 예테보리 세종학당 교원

저서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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