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계엄군이 쏜 M16 총탄 나왔다..옛 전남도청서 탄두·탄흔 수백개 확인
[경향신문]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유혈 진압작전을 폈던 옛 전남도청에서 M16 소총에서 발사된 탄두와 탄흔 수백개가 확인됐다. 계엄군의 당시 진압작전 상황 등을 유추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13일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건물들에 대한 조사 결과 탄두 10개와 탄흔 525개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당시 도청 본관 1층 서무과 출입문 벽면에서 8개, 옛 전남경찰청 뒤쪽 건물 외벽에서 2개 등 건물벽에 박힌 탄두 10개를 확인했다. 서무과 벽면에서 발견된 탄두 3개를 뽑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M16 소총의 탄두로 확인됐다.
경찰청 외벽에서 발견된 탄두는 훼손이 심해 총기 종류를 입증하지 못했지만, 추진단은 이것 역시 M16 소총에서 발포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M16 소총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사용했던 무기다.
추진단은 525개의 탄흔도 확인했다. 71개는 형태를 분석한 결과 탄흔으로 추정되지만 수리나 보수가 이뤄졌다. 454개의 탄흔에 대해 추진단은 잔존 성분 검사 등 추가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1980년 당시부터 도청 마당에 있었던 나무에 탄두로 추정되는 물체가 박혀있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본관 앞 은행나무 몸통에서 3개, 회의실 옆 소나무 몸통에서도 2개의 금속 물체가 확인됐다. 추진단은 물체의 모양 등으로 봤을 때 5·18당시 발사된 탄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탄두와 탄흔이 확인되면서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 진압작전 당시 계엄군의 동선도 일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도청 본관 1층 서무과에서 발견된 탄두는 분석 결과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면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청 건물 외벽에서 대거 발견된 탄두와 탄흔은 계엄군이 당시 도청 앞쪽이 아닌 뒤쪽을 통해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계엄군의 진압작전으로 당시 도청에서만 17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200여명이 넘는 시민들도 현장에서 붙잡혔다.
도청복원추진단은 “발견된 탄흔을 통해 시민군의 최후 항쟁 직전과 직후 모습, 계엄군의 진압 동선, 진압 방식 등을 유추할 수 있었다”며 “이번 결과는 최후의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이 품고 있던 그날의 기억과 5·18 당시의 진실을 밝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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