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주문에 오 시장 변수 겹친 신속진단 논란..고민 깊어지는 방역당국

김민수 기자,고재원 기자 2021. 4. 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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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검사 역량을 충분히 활용해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선제검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방심하다가는 폭발적인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국면”이라며 “여기서 밀리면 민생과 경제에 부담이 생기더라도 거리두기 단계 상향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은 자가진단 키트와 신속항원진단 키트를 활용한 시범사업 등은 언급하며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영업시간을 적용한 서울형 상생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신임 시장과 문 대통령의 12일 발언으로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시작된 3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유행에 이어 4차 유행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그동안 방역당국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신속항원진단은 물론 자가진단키트 도입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방역의 첫 단계인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도라고 말한다. 진단이 정확해야 실제 양성 환자들을 가려내 이들을 격리하고 확산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장 널리 쓰이는 유전자 증폭 중합효소연쇄반응(PCR) 진단이 결과가 나오는 데 3시간~6시간이나 걸린다는 점이다. 현재 수백명의 확진자가 매일 발생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선제적 검사를 주문한 이유다. 

그러나 결과가 나오기까지 속도는 빠르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진단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자가진단키트가 도입될 경우 실제 양성이지만 음성 진단을 받는 ‘위음성’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위음성 환자의 경우 자신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아 자칫 방역수칙을 어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킬 확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 신속항원진단은 '보조'의 개념...정확도 들쭉날쭉

국내 방역당국이 기준으로 삼는 진단법은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방식이다. 이 진단법은 환자의 타액을 받거나 코, 목구멍에서 검체를 채취한 후 속에 담긴 바이러스 DNA를 수차례 복제해, 바이러스를 특정하는 유전자를 가열과 냉각의 온도 변화를 통해 대규모로 늘린다. 유전자를 늘려 일정치 이상의 유전자가 탐지될 경우 감염으로 판정한다. 반대로 일정 수치 이상의 유전자가 탐지되지 않을 경우 미감염으로 판정한다. 검체를 채취할 의료진과 유전자 증폭을 위한 장치 등이 필요하며 감염여부 판단에 3~6시간 정도 소요된다.

RT-PCR 방식이 검사 결과를 내놓는데 3~6시간 정도 소요되면서 긴급한 수술이 필요한 응급환자 등 빠른 검사결과 도출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속진단키트도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신속진단키트는 크게 신속PCR 진단법과 신속항원진단법으로 분류된다. 

우선 신속PCR은 RT-PCR 방식과 동일하다. 차이점은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온도다. 신속PCR 방식 중 대표적인 기술로 꼽히는 ‘역전사고리매개등온증폭법(RT-LAMP)’이 55∼72도 사이의 동일한 온도에서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반면, RT-PCR은 가열과 냉각의 온도 변화를 통해 유전자를 증폭시킨다. 온도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검사에 걸리는 시간이 차이가 난다. 신속 PCR은 1~2시간 이내로 검사결과를 알 수 있다. 

 

다만 신속 PCR은 RT-PCR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신기술로 평가된다. 개발업체마다 기술력 차이도 있어 양성을 양성으로 진단하는 비율을 뜻하는 '민감도'가 크게 떨어지거나 검체에 따라 민감도도 크게 차이가 있다. 태국 나레수안대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RT-LAMP 관련 연구 81개에 대한 문헌 리뷰를 해 그 내용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에 공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정제를 거치치 않은 일반검체의 경우, RT-LAMP의 민감도는 약 78%로 나타났다. 일반 검체에서 RNA를 따로 정제할 경우 민감도가 약 94%로 확인됐다. 

신속PCR은 지난해 말 경기 여주시가 여주 시민 약 40%에 적용했는데 이를 정세균 국무총리가 적극적으로 질병관리청에 사용을 제안하면서 유명해졌다. 서울대와 연세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도 학내 신속PCR 도입을 논의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현재까지 신속 PCR검사를 응급실 내에서 6시간 내 수술이 필요한 무증상 환자에게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응급상황에서만 신속 PCR을 사용하고, 민감도가 높은 RT-PCR을 일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신속항원진단법은 항원과 항체를 이용한 검사법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가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들은 이를 인지하고 공격하는데 이 과정에서 항체가 생성된다. 항체는 병원체가 가진 특이 단백질(항원)에 달라붙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한다. 진단키트에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 항체를 코팅하고 이를 검체와 반응시켜 감염 여부를 가린다. 15~30분이면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밝힐 수 있다. 

다만 민감도가 PCR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연구팀마다 민감도 분석결과가 들쭉날쭉하고 있다. 지난 12월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식 허가를 받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코로나19 신속항원 진단키트 680개를 평가해 성능을 검사한 결과 민감도가 PCR검사의 41.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민감도 41.5%는 PCR 검사를 수행했다면 걸러낼 수 있는 양성 환자 중 58.5%는 놓칠 수 있다는 뜻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이달 12일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에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코로나19 신속항원 진단키트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RT-PCR 검사와 비교해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가 17.5%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속항원진단법은 현재 수도권 선별진료소에서 사용되고 있다. 12일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신속항원진단법은 1만8485건이 수행됐다. 이 중 양성판정 사례수는 48건이다. 이어진 PCR 검사에서 양성이 32건, 음성이 16건으로 나타났다. 양성 판정 3건 중 1건이 잘못된 셈이다. 국내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신속항원진단법 사용을 허용하며 RT-PCR의 보조검사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난 12월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코로나19의 표준진단법은 RT-PCR 검사”라며 “신속항원검사는 이를 보조하기 위한 보조검사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신속항원진단법은 의료진 등 전문인력에게만 사용이 허용된다. 일각에서 이 신속항원진단법 사용을 의료진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허용해, 개인이 자가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이같은 방식의 진단검사 도입을 언급했다. 실제 서울시는 노래연습장에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비치하고 방문자를 대상으로 검사해 출입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의 시범 사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 신속항원진단에 부정적이었던 방역당국 왜 입장 바꿨나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방역당국은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줄곧 신속항원진단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3차 유행이 본격화하자 12월 중순부터 수도권에 선별진료소를 마련해 누구나 의심되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신속항원검사도 도입했다. 

방역당국은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이를 통한 n차 감염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검사를 통해 숨은 감염자를 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선별진료소에서 선택적으로 신속항원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의심되는 사람들이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3차 유행이 수개월째 이어진 데다 최근 들어 4차 유행 초입에 접어들면서 선제검사 확대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수도권에서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나오고 있는데 자칙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나 당국이 감당안되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며 “서울형 상생방역을 포함한 신속항원진단이나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하려면 제도적 장치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고 전문가들과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또 “문제는 신뢰도로, 만약 양성인데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 계속 활동하고 마스크를 벗고 술을 마시고 대화하다가 전체가 감염될 수 있다”며 “보조적으로 쓸 수는 있겠지만 이런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확진자 늘어나는 상황 검사 방법 다양화하되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육청 학생체육관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 교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전문가들은 RT-PCR 외에 신속항원진단법 등 진단검사 방법을 다양화하는 데는 동의한다. 다만 진단법의 특성에 따라 상황에 맞게 여러 진단법들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3차 유행에서 보건소 검사가 부족하다며 임시선별검사소를 만들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임시선별검사소 검사율이 똑같다”며 “검사를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의료진은 예방접종에 투입하기도 부족한 만큼 의료진이 검체 채취하는 임시선별검사소는 어렵다”며 “의료진 없이 검사할 방안을 마련하거나 항원검사 키트를 주기적으로 해 민감도를 쌓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검사 방법을 다양화해 검사 건수를 늘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지난 8일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서 "신속항원검사 자가진단으로 무증상 감염자는 거의 잡아낼 수 없다"며 "유증상자도 아주 증상이 뚜렷한 사람 아니면 검사의 양성률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자가진단으로 검체 채취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측정이 안돼 버리면 민감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꼭 필요한 곳에서 꼭 필요한 상황에 쓰도록 하고 그것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정부에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기자,고재원 기자 reborn@donga.com,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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