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족'이라뇨?
[경향신문]
더불어민주 강성 당원들
‘조국사태 반성’ 초선 향해
중국 동포 빗댄 혐오 표현
“상대 악마화는 소통 막아
존중·포용 언어 사용해야”
더불어민주당 일부 당원들이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유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론한 민주당 2030세대 초선 의원들을 두고 중국 동포의 멸칭인 ‘조선족’에 빗대 ‘초선족’이라 지칭하고 있다. 이 같은 표현이 특정 소수집단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소통과 합의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민주당 당원게시판을 보면 일부 당원들은 오영환 의원 등 초선 의원 5명에 대해 ‘초선5적’ ‘초선족’ 등 용어를 쓰며 비판하는 글을 여럿 올렸다. 초선5적은 구한말 매국노인 을사오적과 초선의 합성어이고, 초선족은 초선과 조선족을 합친 말이다.
이들 단어는 오 의원 등이 발표한 입장문에서 조 전 장관 사태 등을 거론한 데 대해 비난하는 의미를 담았다. ‘배은망덕하다’ ‘뒤통수쳤다’ ‘내부 총질하는 배신자들’ 등 문구를 보면 용어가 쓰인 비난조의 맥락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국 동포 등 특정 집단에 대해 부정적 함의를 전제한 용어 사용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초선족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조선족 혐오를 이용해 만들어진 인종주의적 함의를 지닌 단어”라며 “해당 표현이 사회 속 누군가를 배제·차별하는 문제와 연결돼 있다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정치인의 장애인 언급은 개인적으로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거나 단어의 함의에 무지한 탓에 나타나기도 한다. 반면 초선족이란 명칭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표현이란 점에서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혐오성 표현이 생각이 다른 정치집단 간의 민주적 소통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주의는 상대편을 건전한 경쟁 파트너로 인정할 때 제대로 작동하는 체제이고, 존중과 포용의 출발점은 언어”라며 “상대를 악마화하는 태도는 서로 다른 정치집단 간의 소통과 합의를 가로막는 질곡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여권 지지자들은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겠다며 진보를 논하는 사람들인데, 혐오·차별적 용어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비판하고 몰아세운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자신과 반대 입장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을 비난하기 위해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에 기대는 행태는 그동안 반복됐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2018년 12월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정치권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저게 정상인처럼 비쳐도 정신장애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월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를 ‘절름발이 총리’라고 불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중증 치매환자’라는 표현을 썼다. 이 말들은 장애인이나 특정 질병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강화하는 혐오 또는 차별 조장 발언이라고 비판받았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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