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나는 화가다'..주사기로 쏘아 올린 '표면의 깊이'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아이프라운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주사기 작가'로 알려지자 '신선'과 '진부'가 따라왔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만큼 사람들의 눈도 '조변석개'(朝變夕改)했다. '우와' 했던 놀라운 그림은 '익숙해서 자극하지 않는 그림'이 됐다.
"반응이 좋아서 계속 반복하면서 그리다 보니 저도 제 것을 복제하는 느낌이 들었죠"
'주사기 작가' 윤종석(51)의 고민이 시작된 건 지난해부터다. '허무'와 '덧없음'을 그려낸 자신의 그림처럼 나이 50줄에 이르자 인생의 허무함이 진득하게 따라붙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부상한 미술시장 스타작가로 주목받았다. 세월은 흘렀고, 어느덧 중견 작가로 불렸다.
친한 친구가 죽고, 형도 저 세상으로 돌아갔다. "내 주변에는 뭐가 있고 나는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거지?"
사물과 주변 인물에 대한 관심으로 마음을 돌렸다.
“최근의 작업은 수없이 많은 일상의 사물과 관계 속에서 무의식이든 의식적이든, 어떤 소재나 상황에 반응하는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때 선별한 이미지들과 연결된 역사적 시간을 추적하고 채굴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작업은 관심 있는 이미지로 시작됐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흥미로운 이미지를 발견하면, 그 소재에 대해 추가로 검색해 추적했다. 검색한 같은 날짜의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추가로 검색하다가 주목되는 3~4개의 이미지를 선별한 후, 그 중에 1~2개 이미지를 처음 시작점에서 흥미를 끌었던 소재와 연결시켜 그만의 창의적인 이야기로 재해석해 작품을 완성했다.
"선별한 이미지들과 연결된 역사적 시간을 추적하고 채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선택된 이미지들이 현재의 나와 어떻게 연결되고, 그 과거가 미래에 어떤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가를 찾아봅니다. 켜켜이 쌓여진 과거를 밟고 살아가는 현재의 나를 알아가는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것은 마치 여러 단계의 질문을 풀어가며 자신의 내면심리를 알아가는 일종의 심리테스트 같았습니다.”
이미지를 모았다가 그 이미지에 관심이 생기면 채집했던 날을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이미지를 만난 날짜를 검색하며 깜짝 깜짝 놀랄때가 많았다.
튤립에 보조기구를 단 그림, '당신의 자리에 꽃이 피었습니다'는 프리다 칼로에 대한 오마주다.
동네에서 튜율립을 종류별로 키우고 예뻐하는 아주머니 덕분에 시작된 튤립에 관한 관심은 프리다 칼로까지 이어졌다. 튤립 이미지를 검색한 날은 프리다 칼로가 태어난 날이었다.
"프리다가 교통사로 몸이 안좋은 상태에서도 보조기구를 몸에 두르고 작가로서 자기 것 만들어낸 것에 대해 작가로서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튤립 꽃밭에서 시작된 관심이 역사적인 것들과 짜맞혀질때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13일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라운지에서 개막한 윤종석 개인전 '표면의 깊이' 전시는 허무가 쏘아올린 생의 찬미가 넘친다.
주사기통에서 한점 한점 찍어나온 물감은 거대한 형상으로 탄생되어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수만 번의 터치가 축적된 흔적은 치밀함이 압권이다.
주사기를 활용하는 윤종석은 한 번의 손짓(붓질)으로 단 하나의 점만 찍을 수밖에 없다. 웬만한 크기의 작품 한 점을 완성하려면 수십만 개 이상의 점을 찍는다. 몰아지경의 상태, 자신을 벗어난 '불꽃'으로 피워낸 작품이다.
기꺼이 고통을 껴안고 자신의 감각을 통해 나온 형상은 결국 '나는 화가다'라는 것을 보란 듯이 증명한다. 정직한 노동과 담금질은 각박한 세상을 비추는 힐링과 희망이라는 것도. 전시는 5월14일까지. 관람은 무료.
'주사기 작가' 윤종석은 누구?
중국 베이징 아트사이드스튜디오, 장흥가나스튜디오, 프랑스 파리씨떼 예술공동체, 대만 타이페이 아티스트빌리지 등의 레시던시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참여했다.
작품은 코오롱, 하나은행, 외교통상부, 두바이왕실, 벤타코리아, ㈜파라다이스 아트센터 쿠, 가나아트센타, 대전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보바스 기념병원. 골프존 문화재단, 제주현대미술관, 스텐다드 차타드 은행,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수원시립미술관, 롯데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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