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밸레이더] 나스닥 상장 코인베이스, 비트코인을 주류로 이끄나
14일 나스닥 직상장하는 코인베이스
암호화폐 간접투자 수요 폭풍 대기 중
안녕하세요. 글로벌 테크 중심지인 미 실리콘밸리에 나와있는 김성민 기자입니다. 비트코인의 열기가 날이 갈수록 뜨겁습니다. 12일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등에서는 1비트코인 가격이 7800만원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1비트코인 가격이 2만2000달러(2400만원)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기사를 쓴 것이 작년 12월인데, 4달 만에 3배가 된 것이죠.
비트코인 가격은 단기간 무섭게 오르는 만큼, 떨어질 때도 ‘악’ 소리가 납니다. 최근엔 하루 새 1비트코인당 1500만원이 빠진 날도 있었죠. 이런 무지막지한 변동성이 수많은 투자자를 비트코인 앞에서 우물쭈물하게 합니다. 세계 각국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주목하면서도 규제 카드를 만지작대는 이유죠.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에 안착할 수 있을까요? 그 첫 번째 시험이 오는 14일 시작됩니다. 바로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직상장합니다. 수많은 암호화폐 거래소 중 첫 제도권 증시 상장입니다. 벌써 외신들은 코인베이스 상장을 “암호화폐 시장이 주류에 편입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합니다. 상장된 코인베이스 주가는 앞으로 비트코인 시세와 거래량에 영향을 받으며 요동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코인베이스의 상장은 어떤 의미일까요.
☆몸값 100조 평가받는 코인베이스, 새로운 암호화폐 시대 열까
◇Q1: 뭐 하는 기업?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50여종의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거래소입니다. 거래량 기준으로 미국 내 최대이자, 바이낸스에 이은 세계 2위죠. 2012년 에어비엔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던 브라이언 암스트롱과 골드만삭스 출신 프레드 에샘이 세웠습니다. 코인베이스는 본인 인증으로 확인된 사용자가 5600만명, 월간 거래 사용자가 610만명에 달합니다. 거래 금액은 1분기에 3350억달러(약 377조원)입니다. 기업가치는 680억달러(77조원)로 평가됩니다.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사고팔 때 내는 거래 수수료가 주요 수익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면 그만큼 떼는 수수료 액수가 많기 때문에 코인베이스의 수익도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올 1분기(1~3월) 코인베이스는 18억달러(약 2조원)의 매출을 거뒀고, 7억3000만~8억달러(90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거뒀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의 매출(13억달러)과 순이익(3억2200만달러)을 올해는 3개월 만에 넘어선 것입니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현지 시각으로 14일 나스닥에 직상장할 예정입니다. 직상장이란 신규 주식을 발행하지 않고 현재 가지고 있는 주식을 상장하는 방식입니다. 코인베이스는 종목 코드를 ‘COIN’으로 정하고, 보통주 1억1490만주를 등록할 계획입니다. 상장 후 단기적으로 코인베이스의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현지시각) 코인베이스의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을 915억달러(약 102조원)로 봤습니다. 미국 금융평가사 DA데이비슨은 최근 리포트에서 코인베이스의 주식 1주당 목표주가를 195달러(약 21만원)에서 440달러(49만원)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Q2: 어떤 의미인가?
코인베이스의 상장은 ‘비주류의 주류화’로 해석됩니다. 그동안 큰 변동성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정식으로 제도권 증시에 등장하며 주류가 되는 것이죠. 코인베이스의 상장은 암호화폐 시장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방증입니다. 로이터는 이번 상장을 “암호화폐 지지자들의 역사적 승리”라고 했고, CNBC는 “암호화폐 산업이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번 상장은 그동안 암호화폐 투자를 꺼렸던 사람들에게 간접투자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은 헷지하면서, 가격 급등세의 열매는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인베이스에 투자하면 수많은 암호화폐 중 미래에 대세가 될 것이 무엇인지 선택하는 리스크도 없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코인베이스 입장에선 어떤 암호화폐든 거래량만 많으면 ‘땡큐’니까요.
코인베이스의 상장은 다양한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과 관련 금융상품의 등장을 촉진할 것입니다. 미국에서 4번째로 큰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이 최근 2022년 나스닥 상장 추진을 발표했고, 이스라엘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이토로가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뉴욕 증시에 우회상장할 계획입니다. 국내에선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트코인 시세에 지수가 연동하는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도 나올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시카코옵션거래소(Cboe)는 비트코인 ETF를 허가해달라고 미국 증권감독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요청했습니다.
◇Q3: 암호화폐 시장은 지속 성장할까?
코인베이스의 생존 기반은 암호화폐의 존속입니다. 세계 각국의 강한 규제로 전 세계에서 암호화폐의 거래와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면, 이에 따라 암호화폐의 거래가 사라진다면, 코인베이스는 당연히 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암호화폐 시장은 갈수록 뜨거워지는 상황입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5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2조달러(2280조원)를 돌파했습니다.
비자카드, 페이팔, 모건스탠리 등 금융기관들은 최근 들어 비트코인을 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테슬라는 보유 현금 중 10억달러를 투자해 비트코인을 매수했고,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22억2600만달러(약 2조5000억원)을 투자해 9만1579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였습니다. 톰 제솝 피델리티 디지털에셋 대표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은 전통적인 금융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 한 고비를 넘겼고, 이제는 대규모 채택을 위한 변곡점에 와 있다”고 했습니다.
◇Q4: 미래 전망은?
코인베이스 상장 후 주가를 지나치게 낙관해선 안 된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크게 2가지 이유입니다. 첫째는 가뜩이나 변동성이 심한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차갑게 식으며 거래량이 급감하고, 코인베이스의 매출액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수수료 중심의 사업 구조 한계가 지적됩니다. 코인베이스는 작년 전체 순수익의 96%를 거래 수수료에서 얻었습니다. 100달러 비트코인 거래 시 3.49달러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반면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적은 수수료를 앞세우고 있죠. 코인베이스에 이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크라켄은 수수료를 1.5%만 뜯습니다. 더 적은 수수료를 떼는 거래소도 앞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코인베이스가 암호화폐 시장을 주류에 편입시키고 사라질 것인지, 암호화폐 시장의 맹주로 자리매김할지는 코인베이스의 사업 다각화가 성공하느냐에 따라 정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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